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의 외국 유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한 가운데, 홍콩·마카오 등 중화권 대학들이 하버드대 외국 유학생들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며 하버드대 입학으로 이미 검증된 인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제일재경·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외신을 종합하면 홍콩·마카오 당국과 일부 대학들이 하버드대 외국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홍콩과기대다. 이 대학은 지난 23일 하버드대에서 온 학생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하버드에 재학 중인 학부·대학원생과 학위과정 입학 허가서를 받은 학생들에게 공개 초청장을 발송했다. 또 전담팀을 꾸려 이들의 전학 절차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홍콩대학교는 QS 세계대학평가와 타임즈고등교육(THE) 세계대학순위 50위권 대학 재학생이나 입학 예정자는 일부 조건만 충족하면 전학 신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QS 세계대학평가에서 하버드는 4위, 홍콩대 17위다.
홍콩과 마카오 교육 당국도 하버드대 외국 유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차이뤄롄 홍콩 교육국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콩 대학들에 이번 조치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마카오 교육 및 청년발전국은 “최신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마카오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전학 편의와 지원을 제공하고 학생들의 피교육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재들이 향후 미국 대신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의 유학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마카오대의 한 교수는 제일재경에 "트럼프 행정부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면서 "아시아 대학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학생을 모집하고 학업 지원 조치를 제공하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더 많은 아시아 학생들이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의 대학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미중 간 긴장 고조로 이미 미국 내 중국 유학생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교육연구소(II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유학생 수는 2020년 37만명에서 2024년 27만7000명으로 26%나 줄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오히려 중국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알렉스 로 SCMP 칼럼니스트는 "거의 몇 주에 한 번씩 유명 학자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주했다는 보도가 나온다"면서 "이제는 더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중국 본토와 홍콩이 오히려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능 있는 중국 학생들이 점점 더 적대적이고 인종차별주의적인 미국으로 가는 것보다 국내 명문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만명의 미국 유학생을 중국으로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가 중국 최고의 학자 영입 전문가가 될 줄 누가 짐작했겠는가"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2일 미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가 반유대주의를 부추기고 중국 공산당과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대학의 외국 유학생 등록 자격을 박탈했다. 하루 뒤 미 연방지방법원이 하버드대가 낸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효력이 일시중단되긴 했으나, 향후 법적 공방 결과에 따라 조치가 되살아날 경우 하버드대는 더 이상 외국 유학생들을 받을 수 없고 재학 중인 외국 학생들도 이 학교를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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