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트남에 "중국 의존 줄여라"...강경요구에 진퇴양난

  • 미국, 베트남에 중국산 자재 사용을 줄이고 공급망 관리 강화 요구

베트남 하노이의 롱비엔 시장에서 사람들이 트럭에서 과일을 싣기 위해 상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베트남 하노이의 롱비엔 시장에서 사람들이 트럭에서 과일을 싣기 위해 상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베트남에 중국산 산업재 의존도를 줄이는 등 강경한 무역 조건을 담은 ‘요구 사항 목록’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베트남의 중국 수입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이 포함되면서 향후 경제적·외교적 파장이 우려된다.
 
이번 요구 사항은 미국 협상단이 작성한 문서 형식으로 5월 말 하노이 측에 전달됐으며, 베트남 공장에서 중국산 자재와 부품 사용을 줄이고 공급망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고 알려졌다.
 
미국은 그동안 베트남이 중국산 수입품의 경유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오랫동안 지적해왔다. 베트남산 라벨만 부착된 중국산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됨으로써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고율 관세 장벽을 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베트남은 단속에 나섰다. 다만 올해 4월 기준 베트남의 대미 수출과 대중국 수입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미국 측이 베트남 공장에 중국산 자재 사용을 줄이고 공급망 관리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나 목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요구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기조에 따라 현재 미국은 베트남을 포함해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등과 유사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오는 4일까지 각국에 최종 제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문제는 미국의 요청이 베트남 경제의 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애플,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의 주요 생산기지로, 저렴한 중국산 자재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왔다. 이 의존도를 갑작스럽게 낮추면 생산비 상승과 공급망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주요 투자국이다.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균형 외교를 유지해왔다. 미국의 이번 요구는 베트남 외교 전략을 시험대에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2018년 이후,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약 3배 증가했고 지난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액은 각각 약 1400억달러(약 193조원)에 달했다. 베트남은 미국 수출과 중국 수입이라는 쌍방 의존 구조를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어왔다.
 
한편 베트남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미국산 항공기 구매, 농산물·에너지 수입 확대 등 다양한 비관세 장벽 해소 등을 노력해왔다. 하지만 미국 협상단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계약해 양국 간 이견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베트남 정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베트남이 4일까지 미국 측에 공식 대응안을 제출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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