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신용자는 1금융권에서만 대출을 받는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오히려 단순히 금리나 신용등급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대출기관을 전략적으로 선택한다는 분석이다.
13일 핀테크 기업 핀다가 자사 대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용점수 900점 이상인 고신용자가 받은 2금융권 대출 약정 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방안이 발표됐던 5월 3주차에 전주 대비 40.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점수 1000점인 사용자들도 2금융권의 대출 약정 건수와 약정금액이 각각 150%, 600% 급증했다. 같은 기간 고신용자들의 2금융권 한도조회 횟수는 16.1% 증가했는데, 이는 중저신용자(400~700점대) 사용자들의 한도조회 증가율(6.2%)보다 2.6배 높은 수치다.
업권별로 보면 보험사에서 고신용자들의 대출 약정 수(100%)와 약정액(117%) 증가율이 가장 두드러졌다. 한도조회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권은 카드(31%)였다. 반면 1금융권 대출은 한도조회(7.5%)만 늘었을 뿐, 대출 약정 수(-0.9%)와 대출 약정액(-8.1%) 모두 소폭 감소하며 대조를 이뤘다.
이는 상당수 은행이 3단계 DSR 도입 전 대출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문턱을 높이면서 고신용자들이 상대적으로 한도가 높은 2금융권으로 발걸음을 옮긴 영향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금융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실제 2금융권에서 최근 실행된 대출을 살펴보면 신용점수 963점의 30대 남성과 신용점수 903점의 20대 남성은 모두 높은 신용점수를 갖고 있지만 시중은행이 아닌 A캐피탈과 B저축은행을 택했다. 금리는 각각 9.87%, 13.10%로 1금융권보다 높지만 필요 자금을 적기에 받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는 동안 중저신용자들은 오히려 1금융권 대출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분석 기간 중 중저신용자의 1금융권 대출 약정 수는 5월 3주차에 전주 대비 5.8% 늘었고, 대출 약정액도 같은 기간 12.8% 증가했다. 2금융권 대출 약정 수가 3% 감소하고 약정액은 0.2%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상반된 양상이다.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는 "규제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사용자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맞춤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