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 무상감자에 더해 11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까지 밀어붙인 빌리언스를 두고 주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자본잠식을 메운다며 주식 수를 줄이는 것도 모자라 주주들에게 직접 돈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복잡하게 얽힌 계열사 간 자금 돌려막기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주주만 희생양'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빌리언스는 전 거래일 대비 29.32%(134원) 하락한 32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는 가격제한폭(30%)에 근접하며 하락 마감했다.
전날 빌리언스는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액면가 500원의 보통주 4066만 3728주를 액면가 100원으로 감액하는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른 감자 전 203억3186만원이던 자본금은 감자 후 40억6637만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날 회사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총 4000만주의 유상증자도 함께 발표했다. 이번 증자를 통해 운영자금 91억원, 채무상환자금 25억원 등 총 116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결손 보전과 유동성 확보를 동시에 추진해 재무 건전성과 기업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빌리언스가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근본적인 배경으로 그룹 차원의 '계열사 간 자금 돌리기'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시에 따르면 미래아이앤지그룹은 남궁견 회장이 지주사 격인 남산물산 지분을 97.98% 보유하고, 남산물산에서 미래아이엔지→판타지오→케이바이오→인콘→휴마시스→빌리언스→경남제약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계열사 구조를 통해 그룹의 자금 흐름을 통제하고 있다.
이 그룹은 계열사 간 전환사채(CB) 발행과 인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예컨대 빌리언스의 제6회차 전환사채(100억원)는 경남제약이 인수했고 판타지오의 제7회차 CB(130억원)는 인콘이 출자했다. 이러한 내부 거래는 그룹의 자금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전환 청구 시 희석 피해는 고스란히 기존 소액주주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빌리언스는 제6회차 CB(100억원 규모)에 대해 무려 26차례나 전환가액을 조정했다. 이로 인해 전환가액이 1534원에서 500원으로 낮아졌고 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651만8904주에서 1675만주로 2.5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상장사 가치를 담보로 그룹 자금을 돌리고 손실은 주주에게 떠넘긴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남궁 회장이 과거 인수했던 세종로봇, 삼성수산, 하나물산(구 뉴켐진스템셀), 삼현글로벌(구 에프와이디), 에이치원바이오(구 실미디어), 디에이치패션(구 대한종합상사) 등은 대부분 상장폐지되거나 파산했다. 현재는 그의 아들인 남궁정 씨가 판타지오, 미래아이앤지, 빌리언스 등 주요 계열사에서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그룹 경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아이앤지 그룹은 계열사 간 자금 순환으로 연명해왔지만, 최근 자금경색이 심화되면서 결국 주주들의 돈까지 끌어다 쓰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사실상 소액주주들이 그룹의 최후 방패막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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