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이었던 14일(현지시간), 미국 전역 2100여개 지역에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가운데 약 50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15일(현지시간) 미국 ABC, 악시오스 등 외신들은 주최 측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이번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 이후 단일 규모 최대의 반정부 집회였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광대들을 몰아내라(Kick Out the Clowns)'라는 이름의 관련 시위도 300여곳에서 추가로 열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에는 10만명, 시카고에는 7만5000명이 운집했으며, 미시간주 소도시 펜틀랜드에서는 전체 인구 80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인 뉴욕시에도 약 5만명이 집결했다.
대부분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충돌과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선 경찰의 해산 명령 이후 일부 시위대가 돌과 병, 상업용 폭죽 등을 던졌고, 경찰은 연막탄과 최루탄 등 비살상 무기를 동원해 강제 해산에 나섰다.
시위대 측은 미국 CBS뉴스에 "경찰의 과잉 대응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LA카운티 보안관 로버트 루나는 "부상 위험이 있을 때만 비살상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시위 도중 총격이 발생해 1명이 중태에 빠졌고, 버지니아주 컬페퍼에서는 한 남성이 SUV 차량으로 시위대에 의도적으로 돌진한 혐의로 체포됐다.
미네소타주에서는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멜리사 호트먼 의원이 시위 기간 중 총격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일부 시위가 취소되기도 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선 시위에 참석하려던 주 의원들을 겨냥한 협박이 확인돼, 텍사스 주 의사당은 한때 긴급 대피 조치가 내려졌다.
주최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에서 주도한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이 언론의 초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위를 전국적으로 분산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의 미국을 보여주는 중심이 대통령의 생일 열병식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권위주의와 부패를 거부하며 함께 모인 시민들의 행동이 되도록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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