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을 지원할 경우에 대비해 이란도 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한 미사일 등 군사 장비를 마련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개입 시나리오는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에 ‘벙커버스터(MOP)’를 장착해 포르도 지하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거나 이란 내 지상 작전을 수행하는 이스라엘 특수부대에 대한 공중 엄호 등의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개전 초기, 나탄즈 등 주요 이란 핵시설을 기습 공격했으나, 이란의 농축우라늄이 전국 각지의 지하 터널에 분산 저장돼 있어 핵 개발에 실제로 얼마나 타격을 입혔는지는 불분명하다.
NYT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지원할 경우 이란도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를 보복 공격할 것이라며, 이란 고위 당국자들도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16일 성명에서 “우리의 적들은 군사적 공격으로는 어떠한 해결책도 낼 수 없으며, 이란 국민에게 자신들의 의지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유럽 외교장관들과의 통화에서도 “확전할 경우 그 책임은 이스라엘과 주요 후원국에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군은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 기지에서 고도의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이 지역에 주둔한 미군 병력은 4만명이 넘는다. 이란은 바레인, 카타르, UAE를 사정권에 둔 미사일 기지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미 당국자는 미국이 군사 개입에 나설 경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해 미 해군 함정의 작전 수행을 제한하는 등 해상 봉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아울러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 재개, 이라크·시리아 내 친(親)이란 민병대의 미군 기지 타격 가능성도 거론된다.
과거에도 이란과 그 동맹 세력은 미군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힌 전력이 있다. 2024년 1월에는 이란을 지원하는 민병대가 시리아 국경 인근 요르단의 미군 기지에 드론 공격을 가해 미군 3명이 사망했다.
NYT는 “이스라엘이 미국에 전쟁 개입을 요구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전면전으로 확산될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즈의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인 로즈메리 켈래닉은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 것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며 “일단 개입하면 거기서 물러서기는 정말 어렵다. 결국 전면전에 휘말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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