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도가 2036년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가운데, 체육계 안팎에서는 '제2의 서울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와 대회 시설물이 '화이트 엘리펀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1988년 열린 서울 올림픽은 1980년대 서울의 성장을 가속했다. 서울은 올림픽을 계기로 경제와 문화 등 사회 전 영역에서 유례없는 성장을 이뤄냈다. 경제 성장이 소비 확산으로 이어져 '마이카(My Car)' 시대가 열렸고, 여의도에는 각종 특수 방송 시설이 마련됐다. 서울 도심 개발도 도약의 시기를 맞았다.
체육계 전문가들은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가 이뤄지면 대한민국 중부권 지역을 뒤집는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관호 모노플레인 대표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2036 전주 올림픽이 서울 올림픽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 중부권 교통, 숙박 등이 급속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중부권 지역 사람들의 삶이 확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체육계 전문가도 "서울만 서울 올림픽 효과를 본 게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가 바뀌는 시점이었다. 전북도 올림픽 유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주를 넘어서 주변 지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 대표는 올림픽 유치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림픽 유치는 국가 발전의 수단이 돼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낙후된 지역을 뒤집고, 교통 체계 시설을 고치기에 좋은 명목"이라면서 "단순히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체육 시설과 인프라 업데이트에만 돈을 쏟아부으면 국가적으로 손해다. 유치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올림픽 후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들은 올림픽 유치가 목적이 된 안 좋은 사례다. 극찬받았던 평창 대회 경기장은 현재 '화이트 엘리펀트'로 전락했다. 화이트 엘리펀트는 많은 돈이 투입됐지만 쓸모가 없어진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를 두고 체육계 전문가들은 "올림픽 유치 단계에서 사후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계획하지 않은 탓"이라며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는 체계적인 사후 활용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원특별자치도와 강릉시 등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경기장 건설 비용만 5000억원 이상 투입됐다. 하지만 현재는 애물단지 신세다. 수익은커녕 시설 관리·운영 문제에 답을 찾지 못하면서 매년 혈세 50~60억원을 소요하고 있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2036 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는 전북도는 평창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개최를 위해 수천억원의 예산을 썼다. 그런데 경기장, 시설을 짓고 난 뒤 활용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다 보니 매년 수십억원씩 관리비만 내는 실정"이라면서 "전북도는 유치 도전 과정에서부터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사후 활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 미흡하게 준비했다간 올림픽을 유치한다고 하더라도 이후 평창처럼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림픽 시설물이 적자 유산이라는 오명을 받지 않기 위해선 사후 활용 계획의 '실효성'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전문가는 "단순히 올림픽 유치만을 위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계획은 의미 없다"면서 "흔히 얘기하는 공연, 생활체육 등으로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유치 단계에서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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