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올해 처음으로 신흥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브릭스가 중국 주도로 결성된 만큼 시 주석의 불참으로 올해 의장국인 브라질은 크게 실망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브라질의 인도와 중국 사이 줄다리기 외교에 중국이 회의 불참으로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내달 6~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불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신 중국 2인자인 리창 총리가 참석해 중국 대표단을 이끌 예정이다. 블룸버그 통신도 중국 정부가 시 주석의 브릭스 정상회의 불참 의사를 브라질 측에 전달했다고 브라질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중국이 브릭스 정상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시진핑 집권 13년 이래 처음이다. SCMP는 “시 주석이 집권 이후 브릭스 정상 회의에 공식 불참하는 첫 번째 사례"라고 짚었다. 시 주석은 지난 202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브라질 등 일부 회원국이 신규 회원국 가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자 행사 핵심 일정인 비즈니스포럼 개회식에 예고 없이 불참하고 예정돼 있던 개회식 연설도 왕원타오 상무부장을 보내 대독하기로 한 적은 있지만, 당시에도 회의 자체에는 참석했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열린 두차례 온라인 회의에도 빠짐없이 참석해 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룰라 대통령이 브릭스 정상회담 이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국빈 만찬에 초청한 것이 중국의 불참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인도의 브릭스 내 영향력 부각되고 시 주석이 브릭스에서 '조연'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중국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의장국인 브라질 관리들은 시 주석의 불참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고 SCMP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룰라 대통령이 5월 방중은 "선의의 표시였다”면서 "시 주석이 브라질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으로 보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시 주석의 참석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적절한 시기에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에 대한 정보가 공유될 것”이라며 “중국은 브라질의 브릭스 의장국 역할을 지지한다”고만 밝혔다.
한편 2009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4개국으로 출범했던 브릭스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5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였고 이후 작년과 올해 이집트,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6개국이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현재 총 11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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