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이 허용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실제 현장에 도입된 사례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직증축 방식으로 준공 완료한 리모델링 단지가 올해 처음 나왔을 정도다. 업계는 수직증축 방식이 리모델링의 낮은 사업성을 보완할 수 있지만, 중복된 안전진단 규제가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리모델링 수직증축 지원 공약을 냈 바 있어 제도 개선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7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리모델링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았거나 설립총회 후 인가를 앞두고 있는 전국 리모델링 단지 151곳 가운데 수직증축을 적용한 단지는 14곳으로 10%도 채 되지 않는다.
1997년 준공한 2064가구 대단지의 송파구 가락 쌍용1차 아파트는 최근 서울시 사전자문과 경관심의를 통과해 2348가구(용적률 488%)로 증축할 계획이다. 성동구 금호벽산아파트도 최근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해 기존 1707가구에 분양 256가구가 추가된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낮은 리모델링 사업성을 보완할 수 있는 방식으로 2013년 허용됐다. 아파트 구조물을 허물지 않은 채 건물 층수를 2~3층 올려 가구수를 최대 15%까지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기본 골격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증축하면 건물 하중이 늘어나게 돼 안전진단 절차를 까다롭게 뒀다. 1차 안전진단과 1·2차 안전성검토, 2차 안전진단까지 총 4차례 심사를 받아야 하는 데다 모두 B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지자체에 따라 관련 규제가 추가되기도 한다. 서울시는 최근 리모델링 구조물 철거 기준을 마련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 과정에서 주요 구조물이 과도하게 철거돼 건물 하중 문제가 우려된다"며 "리모델링은 증축 과정에서 구조물 변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철저한 안전 관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수직증축 추진 리모델링 단지들이 안전성검토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도 상당수다. 1758가구 규모의 강남구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는 2008년부터 재건축 대신 사업 속도가 빠르고 공사비가 적게 드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했으나 2021년 2차 안전성검토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멈춰섰다. 강남구청이 지난해 리모델링 조합에 해산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고 현재 조합 해산 총회 절차를 앞두고 있다.
성남시 무지개마을 4단지, 한솔마을5단지 등 수직증축을 추진했던 1기 신도시 아파트들도 모두 수직증축을 포기했다. 안전성 관련 절차를 넘지 못하거나 예상보다 절차가 길어지면서 조합 내부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수직증축 허가를 뚫고 준공까지 마친 사례는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송파구 잠실 더샵 루벤(송파성지아파트)이 유일하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 추진의 핵심이 안전성 문제여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혁신 기술 개발 움직임도 활발하다. 잠실 더샵 루벤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국내 수직증축 1호 타이틀을 확보한 데 이어 국산 목재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건축 기술 연구에 착수했다. 콘크리트 사용량을 줄여 구조안전성을 개선하려는 시도다. 삼성물산과 DL이앤씨는 하중 분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공법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국토부로부터 건설 신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업계는 혁신 기술 개발에 발맞춰 새 정부의 규제 완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안전 확보를 위한 엄격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규제 적용이 과도한 탓에 인허가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입장이다. 신동우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장(아주대 교수)은 "국내 기술로 수직증축보다 고난도 건설도 많이 하고 있고, 외국은 수직증축을 일반적으로 하고 있다"며 "과도한 규제로 시장이 위축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