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초만 하더라도 1500원선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이 4월 이후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며 1350원대에 안착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 속에서 대부분의 수출 기업과 외환보유기관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은행은 조용히 '환율 특수'를 누리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과 IBK기업은행은 올 2분기에만 환율 하락에 따른 비화폐성 외화환산이익으로 1000억원 수준의 세전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과 기업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가 각각 1조1800억원, 71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손익 비중이 각각 8.5%, 14%를 차지하는 셈이다. 일회성 비용이긴 하지만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떨어지면 외화를 보유한 기관은 손실이 발생하게 되지만 회계 기준상으로는 다르다. 외화자산은 기말 환율로 원화 환산되기 때문에 환율이 낮아질수록 장부상 평가이익, 즉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외화로 표시된 대출, 예금, 채권 등 자산을 분기말 원화 기준으로 다시 평가하면서 발생하는 차익으로, 실제 현금 유입 없이 회계상 이익이 반영되는 구조다.
결국 달러가 약세를 보일 때 외화 관련 자산을 많이 들고 있는 은행일수록 관련 수혜가 큰 셈이다. 통상 국내 은행들은 환율이 10원 내릴 때마다 90억~100억원 수준의 외화환산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인수 영향으로 국내 시중은행 중 외화예수금과 외화대출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이 때문에 환율 하락 시 외화자산 재평가에 따른 장부 이익이 크게 반영된다.
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라는 특수성이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환산익 변화를 만들었다. 수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외화대출과 보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위해 상시적으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외화환산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 관련 부문은 달러 흐름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것이어서 연간 실적으로 보면 손익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적절한 환헤지와 자산 관리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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