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경계가 무너진 '네오블루칼라'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숙련된 기술만으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할 수 없으며, 기술에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휴먼스킬이 더해져야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숙련인력이 감소하는 현상에 대해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생산가능인구 개념을 재정의해야 한다"며 "청년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시니어에게는 탄력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평생현역'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대학에서 3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며 늘 청년 고용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지금은 전통적인 학문 중심이 아닌 실용 중심으로 대학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이 일자리 문제로 귀결되는 만큼 청년들이 졸업 후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왔다. 산업인력공단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공공성과 책무성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일자리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취임 후 임기 반환점을 지났다. 공단 내부 문화를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
"취임사에서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 닳아 없어질 각오로 일하겠다'는 마정방종(摩頂放踵) 자세를 밝힌 바 있다. 그만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공단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집중해왔다. 고객 중심의 통합 서비스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HRDK 협진 시스템'을 구축했고 조직행복문화 최고실행자(CHO)를 신설해 조직문화도 체계화했다. 특히 지난 3월 공단의 핵심 가치를 담은 'HRDK DNA'를 선포해 소통·신뢰·혁신 등 9가지 행동 규범을 명확히 했다. 직원들의 심신 회복과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도 도입해 건강한 공단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정부와 공단이 고민해야 할 인력 정책 방향은.
"고령화 속도가 전 세계에 유례없는 수준으로 빨라지고 있다. 지금은 생산가능인구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50년 뒤에는 1명이 1명을 책임져야 하는 구조가 된다. 이제는 생산가능인구 개념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고액 연봉, 양질의 일자리는 청년 세대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반면 시니어층은 경험이 풍부한 만큼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일자리 발굴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65세까지 일하는 사례도 많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년 연장도 '계속고용'과 '평생현역'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AI로 노동시장 지형도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기존 화이트칼라·블루칼라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숙련기술에 더해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휴먼스킬이 결합된 고숙련 직무, '네오블루칼라' 시대가 오고 있다. 예를 들어 요양보호사와 같은 직업군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협업형 로봇이나 실버테크놀로지 같은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가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공단은 이 같은 기술 인재가 더욱 늘어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노동시장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공단의 청년 대상 전략과 실질적인 유인책은 무엇인가.
"지금의 청년은 이전 세대보다 고학력과 고스펙을 갖췄지만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기 쉬운 세대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꿈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다양한 일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단은 일·학습 병행과 해외 일 경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취업연수사업인 K-Move스쿨의 인기가 특히 좋다. 해당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기준 청년 3100명을 지원했다. 국가기술자격증 청년 응시료 지원 사업도 작년에 이어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E-9)와 공단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지난해 외국인 고용허가제 20주년을 맞아 외국 인력 누적 100만명이 입국했다. 올해는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13만명으로 결정했다. 공단은 현장의 구인난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허가서 발급 홍보와 도입 기간 단축, 프로세스 개선에 힘쓰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에서는 숙련 외국 인력의 효율적 육성을 위해 E-9비자 외국인근로자가 한국을 떠나지 않고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개정 작업 중이다."
-국가기술자격시험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원칙이나 방향성은 무엇인가.
"공단은 530개 종목을 대상으로 국가기술자격과 국가전문자격을 시행한다. 연간 수험인원은 450만명 정도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8번 정도 시행하는 규모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시험 시스템 전반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가장 큰 중점을 뒀다. 지난해 차세대 자격 시스템인 '큐넷(Q-Net)'을 구축했고 컴퓨터 기반 국가디지털시험장(DTC)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수험자들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시험을 볼 수 있게 기반을 바꾸는 일이었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과제는 무엇인가.
"직업훈련과 자격시험, 인력 수급 등 공단의 전 기능을 디지털 기반으로 정비하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이 전환을 완성도 높게 추진하고자 한다. 동시에 숙련기술과 휴먼스킬이 결합된 '네오블루칼라' 인재를 양성해 숙련기술 르네상스 열어가겠다. 공공기관의 신뢰는 문제를 예방하는 체계와 발생 시 책임감 있게 대응하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산업인력공단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현장성과 집행력을 더욱 강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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