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사과·LMO 감자 무관세 수입 우려에...속 타는 농심

  • 여한구 "전략적 판단해야"…저렴한 가격으로 국산 압도

  • 전농·한농연, 반발…"미국 압박에 농업을 희생시키는 것"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댄 설리번 상원의원공화 알래스카 집무실에서 면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댄 설리번 상원의원(공화, 알래스카) 집무실에서 면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시한을 보름 정도 남겨두고 농산물 추가 개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업계는 이번 협상에서 관세 인하와 유예를 위한 희생양으로 정부가 농산물 추가 개방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우리가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어느 나라와 통상 협상을 하든 농산물 분야가 고통스럽지 않은 협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산업 경쟁력은 강화됐다"며 "농산물은 우리가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명 우리가 지켜야 할 부분이 있지만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유연하게 볼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여 본부장의 발언은 대미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국내 농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은 오는 31일까지 대미협상을 이루지 못하면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25% 상호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미국은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 다음으로 규모가 큰 나라이기에 대규모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농축산물 분야 비관세장벽 철폐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요구하는 대표적인 부분이다. 미국은 농산물 수입 위험 분석 절차와 30개월 소고기 월령 문제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하며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5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에서도 "사과, 11개 주(州)산 감자 등 미국의 여러 시장 접근 요청이 한국의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보류되고 있다"며 "이 상품들의 승인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해줄 것을 요청해왔다"고 지적했다.

농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품목은 사과와 감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내놓은 '2023년 해외 과수산업 경쟁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국산 사과는 국산의 85% 가격 수준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유전자변형 생물체(LMO) 감자도 국산보다 10% 이상 저렴한 데다 녹말이 많고 갈변이 적는 등 품질이 우수하다고 평가 받는다. 특히 미국산 농산물 시장 개방 이후 뉴질랜드산 사과 등 수입산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여 본부장의 농산물 시장 개방 가능성 언급이 알려지자 농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날 성명을 통해 "여 본부장의 발언은 미국의 통상압박에 굴복해 또다시 농업을 희생시키겠다는 것”이라며 "통상협상의 결과가 낳은 우리 농업의 현실은 20%도 되지 않는 곡물자급률, 1000만원도 되지 않는 농업소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더 물러난다면 그것은 곧 우리 농업과 먹거리 포기를 의미하며 식량위기 시대에 국가 안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여 본부장의 발언은 산업계를 자극해서 국내외 혼란만 조장하고 있다"며 "동식물 위생·검역 및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등 비관세 장벽 규제 완화는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한농연은 오는 1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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