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김혜순 '죽음의 자서전', 獨 국제문학상 수상…아시아 최초

  • 심사위원 만장일치…"경이로움과 불가사의함"

  • 문학소녀…시 쓰며 엄혹한 시절 버텨

김혜순70 시인 사진대산문화재단
김혜순(70) 시인 [사진=대산문화재단]

김혜순(70) 시인이 시집 <죽음의 자서전> 독일어 번역본(Autobiographie des Todes)으로 독일 세계 문화의 집(HKW)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다.
 
HKW는 17일(현지시간) 시상식을 열어 올해 국제문학상 최종 후보 6명 가운데 김혜순을 수상자로 호명했다.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다.
 
위원들은 “김혜순 시의 경이로움 속에서 의미는 종종 불가사의함 속에 명확히 드러난다"며 "그 시편들은 리듬을 따라 반복해서 읽을수록 열리고, 이미지는 이미 올바르게 선택한 뒤에야만 비로소 보이게 되는 방향처럼 스스로를 드러낸다”고 평했다.
 
김혜순은 화상을 통해 "번역자 박술과 울리아나 볼프, 심사위원들, HKW, 출판사 피셔의 대표 포겔과 편집자 마들렌, 그리고 낭독 행사를 기획한 시 문학관의 마티아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9년 제정된 국제문학상은 독일어로 번역된 뛰어난 현대문학에 수여하는 상이다. 작가와 번역가가 공동으로 상을 받는다. '죽음의 자서전'을 독일어로 옮긴 박술(39), 울리아나 볼프(46)도 김혜순과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죽음의 자서전>은 문학실험실에서 2016년 출간한 시집이다. 시인이 2015년 지하철역에서 뇌 신경계 문제로 갑자기 몸이 쓰러지는 경험을 하면서 영감을 얻었다. 메르스, 세월호 사태 등 사회적 비극을 떠올리며 49재(齋)에 빗대 시 49편을 써서 엮었다. 이 시집은 영어로 번역돼 2019년 한국인 최초로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시문학상'을 받았다.
 
초등학교 졸업 무렵까지 외갓집에서 자란 김혜순은 서점을 하던 외할아버지 덕분에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시절 이불 속에서 플래시를 켜고 책을 읽다가 밤을 새워 학교에 지각할 정도로 문학소녀였다고 한다. 

김혜순은 1978년 신춘문예에서 평론 부문에 입선하면서 데뷔했다. 이어 1979년 문학과지성에 ‘담배를 피우는 시체’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출판사 평민사와 문장의 편집부에서 일했다. 전두환 시대였다. 1970년대 후반엔 책을 내기 전 검열을 거쳐야했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그는 지워지지 않는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시를 쓰며 엄혹한 시절을 버텼다.

김혜순은 바리데기 서사를 비롯해 여성성과 여성주의에 관한 시를 써왔다. ‘여성은 언제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깨닫는지’ 등을 꾸준히 고민해 왔다. 1988년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강단에 선 후 2021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김혜순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핀 시 문학상, 전미도서 비평가협회상 등을 받았으며, 2022년에는 영국 왕립문학협회 국제작가로 선정됐다. 올해에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예술·과학 아카데미(AAAS) 외국 명예 회원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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