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사명에 '개발'을 추가하며 개발 전문 공공기관으로의 도약을 내세웠지만, 재무건전성은 과제로 꼽힌다. 개발 사업을 늘리면 부채 증가가 불가피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레이트 한강',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주요 개발 사업에서 이익을 올려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지방공공기관통합공시에 따르면 SH의 올해 1분기(1~3월) 공사채 발행 규모는 1조542억원으로, 이는 SH가 지난해 1년간 발행한 공사채 1조1212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공사채를 발행한 주요 사업으로는 개포(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5763억원), 고덕강일3단지(293억6200만원) 등으로 주택공급 사업이 대부분이다. SH는 강남권 마지막 판자촌인 구룡마을을 2029년까지 명품 주거단지로 탈바꿈시켜 38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올해 이주 완료를 목표로 주민들과 이주 보험에 따라 협상 중이다. 보상비는 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서초(성뒤마을) 공공주택사업, 송파 창의혁신지구 개발사업 등 본연의 역할인 주택공급 사업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올해 공사채 발행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사업은 용산역 인근 약 50만㎡에 달하는 대규모 땅을 국제업무와 주거·공원녹지를 갖춘 융복합 지구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SH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공동시행사를 맡아 3대 7로 사업비(총 14조3000억원)를 투입한다. SH는 앞서 1분기에 해당 사업을 위해 공사채 4000억원을 발행했다.
사업 초기 투자비는 공사채로 발행하고 이후 조성토지 분양수입을 재원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총 18개 블록으로 구성한 용지를 5단계로 분양할 예정이다. 또 업무복합존 부지에 지역상생리츠를 도입해 시민참여형 개발 모델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SH는 서울시 주요 정책인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파트너로서 역할을 확대한다. SH는 지난해 '이크루즈'와 함께 합작법인 '한강버스'를 설립(지분 51%)하고 오는 9월 정식 출항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대관람차(서울트윈아이), 한강 곤돌라, 한강 아트피어 등도 SH가 발주를 맡아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한다. 총 사업비는 1조800억원에 달한다.
SH가 시의 역점사업과 발맞춰 디벨로퍼로 나섰지만, 부채 증가가 불가피해지면서 재무건전성 관리가 과제로 뒤따른다.
SH의 지난해 말 기준 총 부채는 20조230억원으로, 2023년 대비 13.08% 늘었다. 부채비율은 194%로 행정안전부 기준인 300% 이내로 관리되고 있지만 지난 5년 중 가장 가파른 증가율을 보였다. 대규모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SH는 향후 부채비율이 올해 223%, 2026년 242%, 2027년 260% 등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황상하 사장은 "선투자 후회수 방식의 사업 특성상 대규모 개발 시 일시적으로 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수익원 다각화로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해 SH의 매출액 1조2903억원 중 대부분의 사업 수입은 택지 매각(1조665억원)에 몰려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윤곽이 드러날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등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선순환을 이룰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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