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불친절한 소비쿠폰

조현미
조현미 산업2부 차장

새 정부의 첫 민생지원금 지급이 시작됐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이름 지어진 이번 지원금은 두 차례에 걸쳐 최대 1인당 15만~55만원을 소득·지역별로 차등 지급한다. 전 국민에게 지급하고, 총 지원액은 13조9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21일 오전 9시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 신청을 받았다. 시스템 과부하와 주민센터 혼잡을 막고자 신청 첫 주는 출생 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제로 운영했지만 신청자가 몰리면서 주요 카드사의 온라인 신청 시스템이 오랜 시간 먹통되고 주민센터는 북새통을 이뤘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23일 자정까지 2148만명이 소비쿠폰을 신청했다. 1차 신청 사흘 만에 지급 대상 5060만7067명 중 42.5%가 신청을 마친 것이다. 첫날인 21일에는 697만6000명, 22일에는 731만명,  23일에는 720만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누적 지급액은 3조8849억원이다.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되면서 최근 일상에서 가장 많이 오가는 대화 주제도 소비쿠폰이다. 누굴 만나든 이야기의 시작엔 소비쿠폰이 있다. 자신의 신청 가능 요일은 언제인지, 신용카드·지역화폐·선불카드 가운데 어느 것으로 받을 것인지 등에 관한 대화가 오간다. 신청 첫 주엔 신청 가능일이 정해져 있고, 수령 방식도 제한적이라 이때까진 대화가 부드럽게 흘러간다.

사용 계획으로 주제가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개개인에 따라 사용처가 각각 달라서다.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업소라는 기준은 동일하나 경기도에 사는 사람은 주소지에 해당하는 시·군에서 사용할 수 있다. 경기 지역 다른 시에 직장이 있거나 인접 시·군에 이용하고 싶은 소상공인 업소가 있어도 그곳에선 사용이 불가하다. 

반면 서울시나 인천시에 사는 사람은 해당 특별시·광역시에 있는 모든 소상공인 업소에서 이용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사용처가 훨씬 많은 셈이다. 

앞선 정부 지원금처럼 가맹점주가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사용처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소상공인이 운영하고 주변에 재래시장이나 동네슈퍼가 없어 사실상 SSM이 이 역할을 하는 곳조차 대기업 브랜드 간판을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처에서 뺀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더프레시는 지난해 기준 531개 점포 가운데 79%에 해당하는 418개가 가맹점이다.

발급 방식에 따라 유효기간이 제각각인 점도 논란이다. 소비쿠폰 사용 기한은 11월 30일까지다. 신용·체크카드나 선불카드로 받으면 해당 날짜까지만 사용 가능하다. 반면 종이 형태 지역화폐로 받으면 기한이 5년으로 늘어난다.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발행일로부터 최대 5년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혼란은 공급자 중심의 행정 편의적 정책 설계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거 수차례 정부지원금 지급 경험이 있는데도 미비점을 보완하지 않았다는 질책도 나온다. 정책은 실사용자를 중심으로 설계해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회복과 성장의 마중물'이라는 소비쿠폰의 선전구호에 걸맞은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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