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평화협상 재개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북한 정세가 이전보다 더욱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주간지 뉴스위크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대북 합의 모색이 이전보다 더 시급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군사력 강화와 러시아의 전략적 공조, 내부 불안정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수천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하며 지난해 체결한 북·러 상호방위조약을 토대로 군사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체계 고도화에 속도를 내며 군사력 증강을 지속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마커스 갈로스카스 인도·태평양 안보 이니셔티브 국장은 뉴스위크에 “김정은이 한반도에서 새로운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실제적이고 점증하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의 중대 공격이 최근 없었다고 해서, 또한 김정은이 남북통일 목표를 버렸다고 해서 너무 많은 미국인이 이런 위험을 안일하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의 군사력이 강화되면서 김정은의 위험 계산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김정은이 어느 시점에 군사력을 다시 사용하는 결정을 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 국가정보국(ODNI)도 3월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은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전략적 위치에 있으며 미 본토와 동북아 동맹국들을 위협할 수 있는 군사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한 바 있다.
북한 내부 불안정성도 김정은의 판단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은 뉴스위크에 “북한은 식량과 생필품조차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엘리트층 내 불만이 심화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2023년 말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워 통일 목표를 폐기한 것이 엘리트층의 기대를 무너뜨린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러시아 파병 과정에서 무기 훈련이 부족한 적대 계층이 배제되고 대부분 엘리트 출신으로 구성된 특수부대가 투입됐으며 이들 대부분이 외동 자녀인 점도 체제 내 불만을 올리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전해진다.
베넷 연구원은 “어느 시점엔 내부 불만을 돌리기 위한 ‘제한적 핵 공격’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 내부에 긴장이 조성돼 김 위원장의 돌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한·미 양국은 협상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없애려는 접근보다는, 핵무기 증강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에 이뤄졌던 북·미 정상회담과 협상 시도에서 얻은 교훈과도 일맥상통한다. 김 위원장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세 차례 회담을 했지만 이후 협상은 결렬됐다. 그러나 양측은 여전히 우호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우며 중재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을 둘러싼 상황이 2019년과 다르다는 평가다. 호놀룰루에 있는 미 국무부 산하 싱크탱크 동서센터의 석좌연구위원이자 BBC 월드 서비스의 라자루스 하이스트 팟캐스트 공동 진행자인 진 H 리는 "김 위원장이 무기고 강화 및 다각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이버 절도, 그리고 러시아의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상황은 "2019년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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