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추론형 인공지능(AI)에 특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을 공개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아닌 7세대 그래픽 D램(GDDR7)을 탑재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GDDR7 분야에서 각자 강점을 보유한 만큼 양사 모두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9일(현지시간) 영상 인코딩(압축)과 디코딩(해제), 그리고 AI 추론을 단일 칩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용 GPU '루빈(Rubin) CPX'를 공개했다.
2026년 말 출시를 앞둔 루빈 CPX는 챗GPT 등 생성형 AI가 장문의 글을 이해하고 피드백을 내놓는 데 특화된 칩이다. 128GB의 최신 GDDR7 메모리를 탑재하는데, HBM이 아닌 GDDR7을 선택한 이유는 가격과 대량 생산에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도 AI 반도체 공급 확대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GDDR7을 양산 중인데 업계에선 양적 측면에서 삼성전자가, 질적 측면에서 SK하이닉스가 강점을 지닌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GDDR7을 2023년 말 세계 최초로 공개한 뒤 2024년 초 양산을 시작했다. 세계 1위 D램 생산 능력을 갖춘데다 빠르게 시장을 형성해 엔비디아, AMD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GDDR은 삼성'이라는 업계 인식도 호재다. 패키징 기술로 발열을 잡아 모바일·소형 GPU에서 안정성을 더한다.
HBM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상황에서 GDDR7 공급이 확대되면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3분기 엔비디아향 칩 양산에 들어갔으며 기존 GDDR6 대비 전력 효율이 약 50% 개선돼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양산 능력은 삼성전자에 뒤지지만 우수한 품질로 엔비디아의 공급망 다변화 전략에 탑승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향 GDDR7 수요가 확대되면 양산 능력을 갖춘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칩 제조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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