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본원 전산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가 전산망이 멈추면서 국민 생활 전반에 대규모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대출과 카드 결제, 택배, 각종 행정 서비스가 동시에 차질을 빚으면서 불편은 추석 연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화재는 지난 26일 오후 8시 20분께 5층 전산실에서 무정전전원장치(UPS)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던 중 발생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UPS는 전산망에 전기를 끊김 없이 공급하는 핵심 장치다. 불은 전산실 배터리 캐비닛을 중심으로 확산됐고 정부는 전소된 384개 배터리 중 250여 개를 긴급 반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화재로 전체 647개 시스템 가운데 551개가 가동을 멈췄다. 초기에는 피해 규모가 70개 시스템으로 발표됐으나 정밀 점검 과정에서 96개 시스템이 직접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서비스와 택배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우체국 금융·우편 서비스는 모두 중단돼 입출금, 이체, 보험, ATM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약 90조원 규모 예금이 묶였고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하루 160만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택배 물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우정사업본부는 28일 오후 복구 테스트를 시작했지만 완전 정상화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는 긴급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네트워크 장비 절반 이상을 재가동했고 핵심 보안장비 767대 중 763대를 복원했다. 행정안전부는 통신·보안 인프라가 안정되는 대로 화재 직접 피해를 보지 않은 551개 시스템부터 순차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화재 현장에서 전소된 배터리 384개는 27일 오후 9시 36분 전량 반출됐다.
행안부는 화재 다음 날인 27일 오전 8시 10분 위기 경보 '심각'을 발령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오후에는 윤호중 장관 주재 회의가 열려 관계 부처와 함께 복구 총력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중대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해당 부처와 협력해 상황총괄반, 업무연속성반, 장애조치반을 편성해 현장 상황 파악과 복구 조치에 집중하고 있다.
김광용 재난안전관리본부장(중대본 2차장)은 28일 정부세종청사 회의에서 "오전 5시부터 항온항습기 복구를 시작해 전산실 1~6실을 정상 가동했다"며 "네트워크 장비도 오전 7시 기준 절반 이상 재가동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가 큰 7-1 전산실은 복구에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나머지 551개 서비스를 우선 재가동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당분간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서비스에 복구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방침이다. 우체국 금융과 정부24, 택배처럼 불편이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서비스부터 정상화를 서두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시스템은 추석 연휴 이후에야 복구될 가능성이 높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7일 밤 화재 현장을 찾아 "민원 수기 접수, 대체 사이트 가동, 세금·서류 제출 기한 연장 등 대안을 마련해 불편을 줄이겠다"며 "국민 불편이 직접 이어지는 우체국 금융과 정부24, 택배 같은 서비스부터 최대한 빨리 정상화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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