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51년 런던 하이 드파크에 세워진 수정궁(Crystal Palace)에서 세계 최초의 엑스포가 열렸다. 산업혁명의 성과를 한눈에 보여주려는 이 전시는 곧 ‘근대 문명의 쇼윈도’가 되었고, 엑스포의 시대가 열렸다. 이후 19세기 말까지 열린 박람회들은 철강, 기계, 증기기관, 전기, 사진, 철도 같은 신기술을 선보이며 제국 간 경쟁의 무대였다. 1889년 파리 엑스포의 에펠탑, 1900년의 전기 조명과 영화기가 상징하듯, 엑스포는 기술의 진보를 시각화하는 축제였다.
20세기에 접어들며 엑스포는 단순한 산업 전시에서 인간의 삶과 문명의 방향을 논의하는 장으로 변했다. 1939년 뉴욕 엑스포는 “The World of Tomorrow”를 내세워 미래 도시의 이상을 제시했고, 1958년 브뤼셀 엑스포는 원자력 시대의 낙관주의를 상징하는 ‘아토미움(Atomium)’을 세웠다. 기술의 경이로움에서 인간 중심의 디자인으로 초점이 이동한 시기였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는 그 변화를 아시아로 확산시켰다. '인간의 진보와 조화'라는 주제 아래 일본은 전후 재건의 성과를 세계에 보여주며, 아시아의 산업화와 문화적 자존심을 증명했다. ‘태양의 탑’과 엑스포공원(万博公園)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 정체성의 상징이었다. 이후 1992년 세비야, 2000년 하노버 엑스포를 거치며 주제는 ‘환경,문화,지속가능성’으로 확장되었다. 엑스포는 더 이상 산업의 쇼케이스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는 토론장이 되었다.

21세기 들어 엑스포는 네트워크와 도시의 문제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는 'Better City, Better Life'라는 슬로건 아래 도시의 삶과 기술, 환경의 균형을 탐구했고, 2015년 밀라노 엑스포는 식량과 에너지의 지속가능성을 다뤘다. 2020년 두바이 엑스포(2021~2022 개최)는 ‘Connecting Minds, Creating the Future’를 통해 디지털 전환과 협력의 플랫폼으로서 엑스포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다. 엑스포는 이제 산업 전시가 아니라 지식과 협력의 네트워크로 변모했다.
그리고 2025년, 엑스포는 다시 오사카로 돌아왔다. 주제는 'Designing Future Society for Our Lives' 우리의 삶을 위한 미래 사회의 디자인이다. 유메시마(夢洲)는 재생에너지, 수소발전, 순환경제가 실험되는 탄소제로 도시로 변모하며, 박람회는 도시 전체를 하나의 실험장으로 확장한다. 기술, 예술, 시민이 함께 만드는 참여형 미래도시 리허설인 셈이다.

1851년의 수정궁이 ‘기계의 꿈’을 전했다면, 2025년의 오사카는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이야기한다. 170년 동안 엑스포는 산업의 쇼윈도에서 인류의 실험장으로 진화했다. 이제 박람회는 국가 경쟁의 무대가 아니라, 서로 다른 도시와 시민이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공공 플랫폼이다. 엑스포의 진정한 유산은 건물이 아니라, 인류가 무엇을 함께 꿈꿀 수 있는가에 있다. 사우디 엑스포 2030이 궁금한 이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