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청년 3명 중 1명은 탈진 상태다

  • '일할 수 있는 조건'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청년 3명 중 1명이 탈진 상태에 놓여 있다. 청년 자살률은 13년 만에 최고치다. 삶의 만족도는 OECD 하위권이다. 국가통계연구원이 발표한 공식 통계다. 이 수치들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청년들이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경고다.

요즘 20대와 30대 초반 청년들은 늘 선택 앞에 서 있다. 취업을 할지, 창업에 나설지, 당장 일을 구할지 조금 더 준비할지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선택지가 많아서가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시험에 붙어도 자리가 없고, 창업에 실패하면 다시 설 길이 보이지 않는다.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온다는 말이 예전만큼 믿기지 않는 이유다.

· 지금은 성과가 아니라 설명의 시간이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 6월 출범했다. 출범 몇 달 만에 청년 정책의 성과를 따지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지금의 청년 위기는 오랜 시간 누적된 구조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있다. 이 정부가 청년 정책을 어떤 기준으로 추진하고, 무엇을 우선 해결하려는지다. 성과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방향과 설명은 지금 제시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이미 청년 자산 형성, 주거 지원, 노동 보호를 축으로 여러 정책을 내놓았다. 청년내일채움공제 확대, 청년 주거비 경감, 플랫폼 노동 보호 강화 같은 방향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책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청년의 불안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언제, 누구에게, 어떤 일자리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르지 않으면 정책은 숫자로만 남는다.

· 중요한 것은 ‘일할 수 있는 구조’다

청년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지원금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조건이다. 단기 일자리가 아니라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일자리,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노동시장 구조다. 독일이 직업훈련을 국가 책임으로 보고, 훈련을 일자리로 연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에게 중요한 것은 도전의 미담이 아니라 다음 단계가 보이는 구조다.

한국의 청년 정책은 여전히 ‘지원’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원만으로는 탈진을 막을 수 없다. 민간이 청년을 채용할 유인을 만들고, 중소기업과 지역 일자리가 경력으로 인정받도록 제도를 손보며, 실패한 청년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는 통로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일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 정부가 분명히 해야 할 세 가지

이제 정부가 분명히 해야 할 것도 분명하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계획을 성과처럼 말하지 말아야 한다. 청년 일자리 정책에서 숫자만 앞세우고 질을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 사고와 실패 앞에서 기준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 기본을 지키지 않은 숫자는 신뢰를 만들지 못하고, 원칙 없는 설명은 불안을 키운다.

청년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선택하고 결정하는 주체다. 이재명 정부가 청년을 국정의 중심에 두겠다면, 응원이나 선언보다 먼저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보여줘야 한다. 기본은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고, 원칙은 책임을 설명하는 것이며, 상식은 같은 룰을 지키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갖춰질 때 청년은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청년 3명 중 1명이 탈진 상태라는 통계는 마음의 문제가 아니다.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약해진 사회가 보낸 신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다. 청년이 일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국정 운영이다.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