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은 안지고, 이익만 챙긴다"…MBK 재발방지책 만든 금융당국

  • 이익원 위원장 "PEF 본연 역할 기대"

사진챗GPT
[사진=챗GPT]

MBK파트너스가 촉발한 홈플러스 사태에 정부가 고강도 '메스'를 들이댔다. "책임은 지지 않고, 단기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에 대한 이중삼중 규제 족쇄를 채웠다. 불공정거래 적발시 곧바로 퇴출시키고, PEF 운용 현황을 일일이 점검하기로 했다. 사실상 'MBK 재발방지책'이란 평가다. 시장에선 올해로 20년이 갓 넘은 국내 PEF 산업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2일 정부가 내놓은 PEF 제도 개선방안의 골자는 '문제 있는 PEF 운용사(GP)'에 대한 초강력 규제에 있다. PEF가 기업 인수·합병과 경영 전반에 깊게 관여하면서도, 금융회사에 비해 규율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문제 제기가 반복되자 뒤늦게 손질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PEF GP는 등록제로 운영되면서도 대주주 적격요건이 없고, 금융당국에 영업 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할 의무도 부여되지 않았다. 운용 중인 펀드 규모나 투자 기업의 재무 상태를 당국이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2020년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당시에도 자본시장법상 감독 근거와 방법 등이 없어 일반 사모펀드로만 당국 검사가 이뤄졌고, PEF는 검사에서 제외됐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로 다시 부각됐다. 대규모 차입을 동반한 인수 이후 기업의 재무 부담이 확대됐지만, PEF의 투자·운용 방식 자체를 사전에 점검하거나 제어할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없었다는 점에서다. 금융위가 금융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하며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화한 것도 이 사건을 계기로 한 문제의식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에 따라 규제 그물망을 촘촘히 짜기로 했다. 먼저 GP에 대한 퇴출 요건을 간소화했다. 중대한 법령 위반이 발생할 경우 즉각 시장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등록 취소 요건을 강화하고, 형식적으로만 등록을 유지하며 실질적인 운용 활동이 없는 운용사를 정비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그동안 제도적 공백으로 남아 있던 GP 대주주 적격요건을 신설해, 위법 이력이 있는 대주주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리·감독 방식 역시 사후 제재 중심에서 상시 점검 체계로 전환된다. 앞으로는 GP가 운용 중인 모든 PEF 현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PEF가 투자·인수한 기업의 자산·부채와 유동성 등 주요 경영 정보도 금융당국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차입 규제 역시 한도 자체는 유지하되 레버리지가 과도해질 경우 차입 사유와 운용에 미치는 영향, 향후 관리 방안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관리 강도를 높인다. 과도한 레버리지가 금융시장 불안으로 전이되는 것을 사전에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 당시 차입매수(LBO) 방식을 활용해 기업에 과도한 이자 부담을 지운 점이 이번 제도 개선 논의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다만 규제 강화가 곧바로 모험자본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완 장치도 병행한다. 최근 신규로 인가받은 대형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고, 기관투자자가 수탁자로서 책임을 갖고 장기적 가치 제고에 참여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 점검 체계와 적용 범위도 함께 손질할 계획이다. 규제 강화와 자금 공급 확대를 동시에 추진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 흐름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PEF가 단기 수익 중심의 운용 관행에서 벗어나 모험자본 공급과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을 혁신기업의 성장플랫폼으로 키워나감으로써 우리 경제의 혁신이 우리 자본시장의 품 안에서 자라고 완성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