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 사안을 ‘분노’의 문제로만 다뤄서는 본질에 다가갈 수 없다. 감정적 경고는 일시적 신호일 수는 있어도 기업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규율하는 시스템이 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노의 강도 경쟁이 아니라 왜 이런 보상안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제도적 점검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한 서비스 장애가 아니다. 신뢰를 전제로 한 디지털 계약 관계의 붕괴다. 그에 대한 보상은 피해자가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 배상이어야 한다. 특정 플랫폼에서만 사용 가능한 쿠폰은 피해 회복이라기보다 추가 소비를 유도하는 장치에 가깝다. 문제는 이런 ‘마케팅형 보상’이 가능하도록 방치된 규제 환경이다. 현금 보상이나 선택형 보상을 요구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기업은 언제든 보상을 비용이 아닌 판촉으로 계산할 유인을 갖게 된다.
이번 논란은 쿠팡이라는 개별 기업을 넘어 플랫폼 규율의 한계를 드러낸다. 플랫폼은 법적으로 중개자라는 지위를 내세워 책임을 축소해 왔지만, 실제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제하며 거래 구조를 설계하는 시장의 규칙 제정자다. 납품업체의 거래 데이터를 축적해 자체 브랜드 상품을 출시하고 이를 우대하는 행위가 반복된다면 이는 혁신이라기보다 지배력 남용에 가깝다.
플랫폼 경제의 구조 자체가 착취를 유도할 수 있다면 대응 역시 구조적이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 보상 기준을 법으로 명확히 하고 플랫폼의 데이터 활용 범위와 책임을 사전에 규정하는 특화된 법체계를 검토할 시점이다. 글로벌 경쟁력은 속도와 규모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거래 상대방의 권리와 이용자의 신뢰를 어떻게 보호하는지가 함께 평가된다.
기본과 원칙, 상식은 분명하다. 사고가 나면 책임을 져야 하고, 보상은 피해자 중심이어야 한다. 플랫폼의 힘이 커질수록 공공의 규율은 더 정교해져야 한다. 이번 논란이 일회성 분노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제는 감정이 아니라 규칙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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