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군권 장악'의 이면, 중국 군사체제는 강해지는가, 약해지는가(2)

국가의 군대는 권력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국가 존속의 최후 안전장치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군 통제는 언제나 두 축 사이의 균형 위에 서 있었다. 하나는 정치 권력의 통제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 군사조직의 자율성이다. 이 두 요소가 균형을 이룰 때 군은 강해진다. 통제만 있고 자율이 사라지면, 군은 더 이상 군대가 아니라 정치기구가 된다.

지금 중국 인민해방군(PLA)에서 벌어지는 일은 바로 이 균형이 무너지는 과정에 가깝다.

겉으로 보면 최근의 중앙군사위원회(CMC) 인사 정리는 ‘반부패’와 ‘기율 확립’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그러나 숙청의 범위와 깊이, 그리고 제거된 인물들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이는 단순한 부패 정리가 아니다. 군사 권력 구조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정치적 재편에 가깝다. 군 지휘 엘리트 집단이 해체되고, 집단적 군사 의사결정 체계가 사실상 기능을 멈추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CMC는 주석 1인 중심 구조이지만, 실무적 군사 판단은 부주석과 위원 집단의 토론과 조율을 통해 이뤄져 왔다. 전략과 작전, 전구 지휘, 무기체계 운용, 합동작전 교리 등은 전문 군사 엘리트 집단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은 이 집단을 해체하고, 군사 판단의 책임을 정치 최고지도자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의 핵심은 ‘누가 제거됐는가’보다 ‘누가 남았는가’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살아남은 인물들이 전투 지휘계통 출신이 아니라 감찰·정치 계통 인사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이는 군의 전투 역량보다 내부 통제와 충성 관리, 정치적 안전이 우선 가치로 올라섰음을 뜻한다. 군사조직이 전투 효율을 최우선으로 하는 체계에서 정치적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체계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중국 인민해방군PLA 해군의 052DL형 유도미사일 구축함 ‘탕산Tangshan·함번 D122’오른쪽과 903A형 보급함 ‘타이후Taihu·함번 K889’왼쪽가 2026년 1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인근 사이먼스타운 해군기지 밖 폴스베이False Bay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사진EPA
중국 인민해방군(PLA) 해군의 052DL형 유도미사일 구축함 ‘탕산(Tangshan·함번 D122)’(오른쪽)과 903A형 보급함 ‘타이후(Taihu·함번 K889)’(왼쪽)가 2026년 1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인근 사이먼스타운 해군기지 밖 폴스베이(False Bay)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사진=EPA]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현대전은 더 이상 병력 규모나 장비 수량의 문제가 아니다. 정보·우주·사이버·AI·전자전이 결합된 복합전이다. 이런 전쟁은 현장 지휘관의 판단 속도, 예상 밖 상황에 대한 창의적 대응, 상명하달이 아닌 수평적 협업 구조를 요구한다. 그러나 숙청의 공포가 조직을 지배하면 장교들은 능동적 판단 대신 ‘실수하지 않는 판단’을 택한다. 보고는 늘어나고 책임은 위로 올라가며, 현장의 자율성은 사라진다. 군은 더 안전해 보일 수는 있어도, 더 강해지지는 않는다.

또 하나의 구조적 문제는 책임 분산 장치의 붕괴다. 집단 지도체제에서는 군사적 실패가 발생해도 책임이 제도 안에서 흡수된다. 그러나 군 최고 의사결정권이 개인에게 집중되면 실패 역시 개인에게 직결된다.

이는 지도자로 하여금 더 신중해지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정보 통제와 자기확증 편향을 강화할 위험도 크다. 지도자가 듣고 싶은 정보만 올라오는 구조는 겉으로는 강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취약한 구조이기도 하다.

이러한 내부 구조 변화는 국제질서에도 파장을 낳는다. 중국이 더 공격적으로 나설지, 오히려 신중해질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군이 정치화될수록 외부는 중국의 행동을 군사 논리로 분석하기 어려워진다. 전략 계산보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만 문제 역시 이 틀에서 봐야 한다. 군 내부가 재편되는 시기에는 대규모 군사행동이 억제되는 경향이 있지만, 동시에 내부 결속을 위해 외부 긴장을 활용하려는 유혹도 존재한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러한 불확실성 자체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방어 체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군 내부 정비가 외부 군비 경쟁을 자극하는 역설이 나타난다.

한반도 역시 간접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 군의 전략적 집중력이 약화될 경우, 주변 지역의 위기 관리 능력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 이는 북한 변수와 결합될 때 새로운 불안정 요인이 된다. 강한 군대가 아니라 통제 중심의 군대로 재편되는 과정은 주변 국가들에 안정감을 주기보다 불확실성을 키운다.
 

대만 타이베이의 단수이강Tamsui River에서 바위 위에 새 한 마리가 서 있고 그 뒤편으로 중국의 ‘정의의 사명 2025Justice Mission 2025’ 대만 주변 군사훈련에 대응해 실시된 대만군의 비상 전투 대비 훈련의 일환으로 배치된 폭발물 드럼통이 보인다사진로이터
대만 타이베이의 단수이강(Tamsui River)에서 바위 위에 새 한 마리가 서 있고, 그 뒤편으로 중국의 ‘정의의 사명 2025(Justice Mission 2025)’ 대만 주변 군사훈련에 대응해 실시된 대만군의 비상 전투 대비 훈련의 일환으로 배치된 폭발물 드럼통이 보인다.[사진=로이터]

역사를 돌아보면 군을 완전히 장악한 지도자는 많았지만, 그 군이 오래 강했던 사례는 드물다. 강한 군은 두려움이 아니라 전문성과 신뢰 위에 서 있다. 정치 권력이 군을 통제하되, 군이 스스로 전쟁을 준비할 수 있는 자율적 공간을 허용할 때 비로소 균형이 유지된다.

지금 중국이 서 있는 지점은 권력의 정점이자 제도적 시험대다. 군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는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그 군이 과연 현대전에서 싸울 수 있는 구조로 남아 있는가.

통제의 완성은 때로 역설적으로 취약성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국제사회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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