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AI 칼럼] '탈엔비디아'에 도전하는 빅테크들…한국은 어디에 설 것인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차세대 AI 칩 ‘마이아200’을 공개하며 엔비디아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했다. 단순한 신제품 발표가 아니다. 이는 글로벌 AI 산업이 ‘GPU 하나의 시대’에서 ‘생태계 전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련의 흐름 중 하나다.

마이아200은 TSMC 3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AI 추론 효율을 극대화한 칩이다. MS는 아마존, 구글의 자체 AI 칩보다 높은 성능을 강조했고, 달러당 성능이 기존 시스템보다 30% 높다고 밝혔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이 칩이 오픈AI의 GPT 최신 모델과 코파일럿 등 핵심 서비스에 즉시 투입된다는 점이다. 연구용이 아니라 실전 배치다.

이 지점에서 ‘탈엔비디아’의 의미를 정확히 짚을 필요가 있다. 이는 엔비디아가 장악한 구조적 힘(GPU + CUDA라는 결합 독점)에 균열을 내겠다는 전략적 시도에 가깝다. MS가 칩과 함께 SDK를 공개하며 CUDA 생태계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패권의 본질은 더 이상 단일 칩의 성능 경쟁이 아니다. 지금 벌어지는 싸움은 ▲반도체 ▲클라우드 ▲대규모 언어 모델 ▲소프트웨어 ▲개발자 ▲데이터센터까지 이어지는 수직 통합 생태계를 누가 장악하느냐의 문제다. MS는 오픈AI라는 모델, 애저라는 클라우드, 자체 칩과 개발 도구를 한 덩어리로 묶어 ‘자급자족형 AI 제국’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이 이미 그 길을 먼저 걸었다.

엔비디아의 위상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빅테크들이 자체 칩에 집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AI 수요가 폭증할수록 GPU는 병목이 되고 가격과 공급망 리스크는 커진다. AI를 국가·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는 순간 핵심 연산 자원을 외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전략적 취약점이 된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은 어디에 서 있는가.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세계 최강이지만 AI 패권 경쟁의 중심축인 ‘시스템·플랫폼·소프트웨어 결합 전략’에서는 아직 존재감이 미약하다. GPU 대체 칩을 단독으로 개발해 엔비디아를 넘겠다는 접근은 현실적이지 않다. 대신 전략은 명확해야 한다.

첫째로 ‘탈엔비디아’가 아니라 ‘탈단품 사고’가 필요하다.
칩 하나, 기술 하나로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한국 기업과 산업계는 ‘반도체–서버–데이터센터–AI 서비스’가 결합된 패키지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메모리, 전력 반도체, 패키징, 냉각 기술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영역을 AI 인프라 전체로 확장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둘째, 클라우드·AI 모델 기업과의 전략적 결속이 관건이다.
MS가 오픈AI와의 관계를 무기로 삼듯 한국 역시 AI 모델 기업, 통신·클라우드 사업자, 대형 수요처(금융·제조·공공)를 엮는 생태계 연합이 필요하다. 단순 납품이 아니라 공동 설계, 공동 최적화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셋째, 정부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AI는 이미 국가 인프라다. 데이터센터 전력, AI 반도체 활용, 공공 수요 창출까지 연결되는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다. 미국이 빅테크의 자체 칩 경쟁을 사실상 묵인·지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이아200은 엔비디아의 약세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다. 대신 AI 패권이 ‘한 명의 맹주’에서 ‘여러 개의 제국’으로 분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싸움에서 뒤처지는 국가는 기술 소비국으로 남는다. AI 시대의 승부처는 더 이상 칩의 스펙이 아니다. 누가 생태계를 설계하고, 누가 개발자와 수요를 끌어안느냐의 문제다. 탈엔비디아 논쟁이 한국에 던지는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부품 공급자’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생태계의 일부를 차지할 것인가.
 
SK하이닉스 성공담 담은 신간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고대역폭 메모리(HBM) 성공을 통해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거듭난 SK하이닉스의 역사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리더십을 조명한 책이 발간됐다.
    27일 서울 시내 한 서점에 신간 '슈퍼 모멘텀'이 진열돼 있다.
SK하이닉스 성공담 담은 신간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고대역폭 메모리(HBM) 성공을 통해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거듭난 SK하이닉스의 역사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리더십을 조명한 책이 발간됐다. 27일 서울 시내 한 서점에 신간 '슈퍼 모멘텀'이 진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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