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감 실종에…채권 ETF, 만기까지 '강제 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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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이미지. [사진=챗GPT]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채권형 상품들이 거래 가뭄에 빠졌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국내 금리 역시 하락세가 둔화되면서 사실상 시세 차익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만기 시 수익이 확정되는 상품 구조까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이 매매보다 보유를 선택하며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거래량 하위 20개 종목 중 13개가 채권형 ETF로 집계됐다. 특히 BNK 26-06 특수채(AAA이상)액티브, HK 26-12 회사채(AA-이상)액티브 등 만기매칭형 상품은 10거래일 누적 거래량이 각각 21건, 29건에 그쳐 일평균 거래가 2~3건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같은 거래 부진은 거시경제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 당초 시장은 금리 인하 국면에서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기대했다. 그러나 고금리 유지 전망이 확산되면서 현재 투자자들이 매매에 나서야 할 유인을 잃었다.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차익 실현 기회도 제한적인 만큼 만기까지 보유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물가 지표 역시 이런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뉴욕 연방준비은행 연구진이 정부 셧다운 영향을 배제해 추정한 미국 인플레이션은 2.83%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목표치인 2%를 여전히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한 가운데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1%대에서 정체되면서 추가 하락 기대가 제한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연준의 목표 물가와 실제 지표 간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금리의 빠른 하락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채권 투자 매력이 사라진 '노매력'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상품 구조 자체도 거래를 줄이는 요인이다. BNK 26-06 특수채(AAA이상)액티브의 경우 만기까지 보유하면 기준금리를 웃도는 수준의 기대수익률이 형성돼 있다. 만기 시 기초 채권이 상환되면서 원금과 이자가 확정되는 구조라 가격 변동에 베팅할 필요가 크지 않다. 고금리 국면에서는 더욱이 거래 비용을 부담하며 중도 매도하기보다 만기 보유가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이들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애초에 빈번하게 사고파는 상품이라기보다 만기까지 보유해 수익을 확정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수익률이 사실상 정해진 구조에서 개인 투자자가 주식처럼 단기 매매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거래가 사실상 멈춘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환금성 제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자가 원하는 시점에 매도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채권 투자 매력 자체가 떨어진 영향도 크다"며 "유동성이 특정 자산군으로 쏠리는 국면일수록 투자자가 필요할 때 현금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거래 환경이 유지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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