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이제 '의회' 중심의 통상 채널 구축과 관리도 필요

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
 

 
확실히 야만의 시대가 맞긴 맞는 것 같다. 미국의 이익에 반하거나 위협이 되면 하루 아침에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공습으로 사망하거나 혹은 자국에서 체포되어 미국으로 압송되는 뉴스를 듣게 되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 통상을 언급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에서 조그만 희망의 불씨를 찾을 수 있으니 몇 자 적어본다.
 
먼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온 관세 조치가 새로운 상황을 맞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상호 관세와 펜타닐 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한 데 기인한다. 비록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 무역법 122조를 활용해 상호 관세를 대체하는 글로벌 관세를 발표하였으나 여전히 문제가 많다. 이를 의식한 듯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또 다른 무역법(예 301조)을 동원해 대법원 판결 이전과 다름없는 상황을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의 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글로벌 관세부터 불안하기 짝이 없다. 최장 150일이라는 한시적이라는 점 말고 상호 관세처럼 위법의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무역법 122조의 발동 요건은 ‘국제수지의 대규모 심각한 수준의 적자’나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의 급격하고 중대한 가치 하락’ 등으로 미국이 외환 지급에 어려움이 발생한 경우에 한한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2024년 국제수지 적자가 GDP의 4%에 달해 심각한 수준임을 주장하면서 122조를 원용하였다. 국제수지 적자의 심각성 정도야 의견이 갈릴 수 있다고 해도 그 때문에 미국이 외환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달러화 기축국인 미국이 외환 지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달러화 가치는 이미 한참 곤두박질쳤을 것이다.
 
150일 시한이 연장될 지도 불확실하다. 글로벌 관세는 7월 24일 만료를 앞두고 의회가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면 자동 종료된다. 그런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공화당 의원이라도 트럼프 관세를 마냥 지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관세 부과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이 본격적으로 기업과 소비자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2025년 상품 무역 수지 적자는 오히려 2024년보다 255억 늘어난 1조 2,409억 달러를 기록해 관세 부과의 효과가 무색하다. 이런 상황에서 발동 요건에도 맞지 않는 법을 연장하는 것은 아무리 공화당 의원이라고 해도 낯간지러울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관세는 임시방편이 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301조나 상무부가 조사 권한을 지닌 무역확장법 232조를 이용해 기존 관세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 법안은 발동을 위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해서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관세율에 상한이 없고 발동 후 세율 조정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상대국을 압박하는 효과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한풀 꺾였다고 하는 것은 미국 대법원이 관세 부과의 권한은 의회의 고유 권한이란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결국 행정부가 다양한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의회 고유의 권한이며, 의회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를 철회하는 등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미국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향 설정에도 영향을 준다. 우선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의 토대가 되는 상호 관세가 무효가 되었으니 이미 약속한 대미 투자를 지렛대 삼아,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에서 우리가 면제나 예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미 투자를 무효화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이왕이면 이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말이다. 아울러 미국 내 수입업자들과 공조하여 이미 낸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도 있다. 특히 우리 중소 수출기업이 미국 내 환급 절차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 이를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대미 통상에서 행정부 못지않게 '의회' 중심의 통상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미국 대법원이 '의회의 관세 권한'을 명시한 만큼, 미 의회를 대상으로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다양한 채널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 주(State)의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대미 투자로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함을 강조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적인 관세 행보를 우회적으로 견제하도록 유도할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가치 공유국'들과 연대하는 이외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할만한 한국만의 '차별화된' 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미국의 군함 수리(MRO) 사업 참여나 한국산 무기 체계의 미국 공급망 편입 등을 통해 ‘안보 파트너’로서 한국의 위치를 각인시키는 것이 한 예이다. 특히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중국의 부상이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및 기술 봉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한국이 미국의 단순한 무역 파트너가 아니라, 미국의 재산업화와 안보를 돕는 핵심 조력자라는 프레임을 인식시키는 것이 차별화된 카드의 핵심이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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