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격] 커지는 중동발 에너지 폭풍…LNG·원자재 등 충격 전이 우려도

호르무즈 해협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에너지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0일분 이상의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이 중동에 집중된 만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직격탄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석유뿐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원자재 등으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에너지통계월보(2026년 2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유 수입량(잠정)은 10억2847만3000배럴이다. 중동산이 69.1%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23.1%는 아메리카산, 5.0%는 아시아산 원유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팬데믹 등 예외적인 시기를 제외하면 1970년대 이후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60~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에서 수입되는 원유의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는 만큼 이 지역의 불확실성이 심화될 경우 공급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현재 208일가량 비축 물량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정부의 석유류 비축 물량은 1억 배럴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민간 보유분까지 감안할 경우 2억 배럴 이상의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석유공사의 추산이다.

문제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비축 물량이 빠르게 감소해 국내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국제 시장에서의 에너지 가격 불확실성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첫 거래일인 2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74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6.7% 상승했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1.23달러로 6.3% 올랐다. 장중 한때 배럴당 75달러를 넘기며 지난해 6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동산의 대안으로 미국 등 아메리카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미국산 원유는 운송 기간이 30~40일에 달해 20~25일가량이 걸리는 중동산보다 길다. 유조선 용선비가 2배 넘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운송비 부담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종 차이도 크다. 미국산 원유는 경질유인 반면 중동산 원유는 중질유가 주류다. 수십 년간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 정제 설비를 운영해온 국내 정유사들이 WTI를 대규모로 도입하려면 설비 변경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2021년부터 비축유 일부를 중동산 중질유에서 미국산 경질유 등으로 교체해왔다. 연간 대체 물량은 약 200만 배럴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이를 3배가량 확대했다.

원유뿐 아니라 LNG 역시 중동 의존도가 높은 것이 변수다. 국내 LNG 수입 중 중동 비중은 20%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도시가스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이 지나고 있는 만큼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자력과 석탄, LNG가 주요 발전원인 상황에서 전력 산업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암모니아와 요소, 비료 등 주요 원자재도 중동에서 상당량을 들여오고 있다. 무기질 비료 원료인 염화칼륨의 경우 이스라엘이 글로벌 생산의 약 5%를 차지한다. 글로벌 요소 시장에서 이란의 생산 비중도 4.5% 수준이다. 중동 지역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농업 및 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봉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원유와 가스는 물론 석유 제품, 비료 가격이 단기간 급등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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