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개미의 구세주인가, 차익 사냥꾼인가...행동주의펀드 두 얼굴

강일용 기자 사진아주경제DB
강일용 기자 [사진=아주경제DB]

한국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펀드 붐을 일으킨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을 놓고 최근 설왕설래가 오간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과 은행주 주주환원 캠페인 등을 통해 소액주주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지만 최근 들어 '단기 차익 추구'와 '일관성 없는 행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라인이 올해 정기주총을 앞두고 가비아·코웨이 등 다수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주주제안을 내놓으면서 행동주의펀드가 진정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동반자인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얼라인 행보의 모순은 지난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에서 드러났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소액주주들에게 회사에 대한 장기 투자를 독려하면서, 정작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개인 회사인 얼라인홀딩스를 통해 2023년 3월 21~24일 사이 SM엔터테인먼트 주식 1만주를 전량 매도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투자한 원금 대비 2배 이상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펀드 보유 주식을 증권사 PBS(Prime Brokerage Service) 대차거래에 활용해 9억6000만원 상당의 추가 수익까지 챙겼다.

반면 상당수의 소액주주는 고점 매수 후 큰 손실을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얼라인의 행보를 놓고 일각에선 "소액주주를 여론몰이 도구로 활용한 뒤 고점에서 먼저 익절(수익확정을 위한 매도)하는 전형적인 엑시트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짧은 기간 내에 수익률을 증명할 필요성이 있고 10년 뒤 기업 가치보다 당장 주가 띄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얼라인의 요구로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은행들은 주주환원율을 높였지만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은행의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 여력이 약화되고 이는 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얼라인 스스로도 관련 캠페인을 끝낸 후 보유한 은행 지분의 상당 부분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수익이 필요할 때만 개입하고 떠난다는 인식만 키웠다.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국내 기업에 대한 얼라인의 공세는 더 거세지고 있다. 호스팅·클라우드 기업인 가비아를 상대로는 이사·경영진 보수체계 공개를 요구하며 권고적 주주제안을 했고, 회사가 이를 거부하자 법원에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냈다. 

코웨이를 상대로는 2년 연속으로 사외이사 2인 선임과 정관 변경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 제안을 한 데 이어 방준혁 넷마블 의장에 대한 불연임 요구까지 하고 있다. 덴티움, 솔루엠, 에이플러스에셋 등을 상대로도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요구 중이다.

많은 행동주의펀드가 소액주주를 위한 '로빈후드'를 자처하지만 실제로는 경영권 분쟁을 유발하면서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이를 활용해 차익을 실현하는 사례가 더 많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경영권 분쟁을 장기화하기 위해 기업 이사회·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주주제안도 수시로 바뀌는 사례가 잦다.

소액주주들은 금융자본의 본질은 수익을 내고 언제든 떠나는 데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금융자본이 제시한 구원자 프레임에 휩쓸리지 않고 그들의 실제 행적과 수익 구조, 퇴장 타이밍을 날카롭게 봐야 할 때다. 냉정한 판단만이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인 수익 실현으로 이어지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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