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수주전이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최종 결론 도출을 앞두고 연이어 소송전이 제기되면서 사업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올해 12월까지 보안사고 감점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법원 판단에 따라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수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이상훈)는 지난 1일 HD현대중공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감점 적용 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HD현대중공업은 "동일하게 기소된 사건은 형 확정일이 다르더라도 최초 형 확정일을 기준으로 3년간 감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9명이 같이 기소됐지만 먼저 확정된 8명과 나중에 확정된 1명의 사건을 별개의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소송에 참가한 한화오션도 "해당 사고에서 행위자는 다수고 일시, 장소, 객체가 제각각인 만큼 별개의 범죄"라며 HD현대중공업의 가처분을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HD현대중공업과 정부·한화오션 측 의견이 대립하는 배경에는 최근 진행 중인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입찰이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도 둥 해군 기밀 자료 12건을 불법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다가 2022년 11월 8명이 유죄 확정 판결 받은 바 있다.
당시 HD현대중공업 직원이 불법 취득한 내용에는 △KDDX 개념 설계 1차 검토 자료 △장보고-Ⅲ 개념설계 중간 추진 현황 △장보고-Ⅲ 사업 추진 기본 전략 수정안 △장보고-Ⅰ 성능개량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 국가기밀 3급 자료가 포함돼 있다.
이로 인해 3년 뒤인 2025년 11월까지 방산 사업 입찰 시 보안 감점이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1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은 1명에 대해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면서 2023년 12월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2023년 12월에서 3년 뒤인 올해 12월까지 보안 감점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을 놓고 수의계약 대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쟁 입찰 구도가 성사된 가운데, HD현대중공업에 보안 감점이 적용될 경우 몇 점 차이로 사업자 향방이 갈리는 방산 사업 특성상 한화오션이 사업 수주에서 크게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법적 근거 없이 부당하게 보안 감점을 연장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이번 가처분을 제기했다.
해당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은 KDDX 사업 진행 일정을 고려해 늦어도 다음 주 초에 나올 전망이다.
KDDX는 지난 2012년 진행한 개념설계 사업에서 시작됐다. KDDX 사업 방향성을 정하는 이 사업을 놓고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이 경쟁한 끝에 21.264점 차이로 한화오션이 사업을 수주했다.
반면 KDDX 기본설계는 검찰이 기밀을 유출한 HD현대중공업 직원을 기소한 2020년 9월 전에 사업자를 선정했고, HD현대중공업이 0.056점 차이로 한화오션을 제치고 사업을 수주했다.
이후 HD현대중공업은 기술 탈취 사건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기본설계 수주 기업이라는 지위와 역할에 변동은 없었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조직적으로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해 미인가 서버에 보관·공유한 것은 심각한 불법행위"라며 "당시 판결문을 봐도 탈취한 기술로 이득을 본 기업이 어디인지 판결문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화오션은 이러한 불법행위가 있었던 만큼 상세설계 단계에서 HD현대중공업이 수의계약을 맺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고, 격론 끝에 방위사업청은 한화오션의 주장을 받아들여 경쟁입찰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최종 확정했다.
방산 업계에선 한미 조선·방산 협력이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해양방산 사업의 혼란을 확대하는 KDDX 군사기밀 탈취 사건에 대한 정부와 법원의 명백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방산 사업을 진행하면서 군사기밀을 외부로 노출해서는 안 되는 점을 제 1원칙으로 강조한다. 일례로 미국은 임원은 물론 주주·파트너·직원 등에 의한 방산 부정행위가 해당 업체의 인지·승인 또는 묵인하에 이뤄지면 해당 업체와 계열회사를 강력하게 제재한다. 특히 형사 사건에 연루되면 사업에 관한 청렴성을 만족하지 못한 '책임성 결여'를 이유로 계약 자체를 체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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