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농주민 기초연금 월 수령 최저기준을 20위안 인상한다."
올해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발표한 정부업무보고의 내용이다. 20위안, 우리 돈 약 4000원 수준으로, 밀크티 한 잔이나 택시 기본요금에 해당하는 소액이다.
이에 따라 2026년 1인당 도농민 연금 최저 수령액은 163위안(약 3만5000원)으로 오른다. 현재 전국 도농민 기초연금 수급자는 약 1억8000만명으로, 이 가운데 70% 이상이 농민이다. 대다수 농민은 이 기초연금에 의존해 노후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문제는 도시민과 비교해 액수가 턱없이 낮다는 것.
중국 노동통계연감(2025년)에 따르면 농민 평균 연금 수령액은 246위안(약 5만원)으로, 같은 기간 직장 근로자(3825위안)나 공무원(6446위안)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저축보다 소비하는 농촌 노인층... 내수진작 효과↑
올해 양회에서 농민 기초연금 인상을 요구하는 주장이 빗발친 배경이다. 특히 후베이성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격) 대표인 비리샤가 70세 이상 농민의 월 기초연금 수령액을 400위안으로 올려야 한다고 눈물로 호소한 장면은 온라인에서도 화제가 됐다. 중국 매체 경제관찰보에 따르면 올해 양회에서 모두 20명의 대표·위원이 관련 안건을 제출했다.
농민 연금 인상의 가장 큰 명분은 내수 진작 효과다. 최근 중국이 소비 확대를 경제 정책의 핵심 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농촌 노인층의 소득을 늘리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소비 촉진 수단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부유층에 돈을 주면 예금이나 투자 가능성이 높은 반면 농촌 노인들은 추가 소득이 생기면 저축보다 소비를 하는, 이른바 한계소비성향이 가장 높은 집단이라며 연금 인상이 곧바로 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실질적 경제 효과에 대한 전망도 잇따른다. 쥐룽화 중국 농업대 교수는 제일재경일보에 "농민 연금을 월 500위안으로 올릴 경우 연간 약 7300억 위안의 지출이 발생하고, 이 가운데 5000억 위안 가량이 소비로 이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류스진 전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부소장도 농촌 주민 연금 지출을 1조 위안 확대하면, 국내총생산(GDP)이 1조2000억 위안(약 261조원)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고속성장 비용 떠안은 농민...이제는 빚 갚을 때
농민 연금 인상 주장에는 도덕적, 역사적인 배경도 자리 잡고 있다. 제일재경일보는 최근 "농민 연금 인상은 복지가 아니라 빚을 갚는 것"이라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은 과거 산업화 초기 부족한 재정 마련을 위해 농업세 징수와 저가의 식량 공급에 기댔고, 농민들은 수리시설, 고속도로, 교량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 건설에도 노동력을 제공해 왔다. 이는 기업들이 낮은 생산비용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결국 농촌에서 자원을 끌어다가 도시 공업화에 투입하며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구조인 셈이다.
오늘날 중국의 산업화에 기여해 온 많은 농민들이 나이가 들었고, 낮은 연금으로 생계를 이어 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국가의 재정 건전성이 강화됐으니, 농민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금 인상은 공동부유와 지역 격차 해소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턱없이 낮은 농민 연금은 중국 경제에 뿌리 깊은 불평등을 보여준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이 인공지능(AI)나 로봇 등 첨단기술 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지만, 농민들은 여전히 하루 끼니 잇기 어려운 빈곤한 처지로 살고 있다며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임을 표방하면서도 정작 사회 안전망은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재정의 벽' 부딪혀...빅테크稅 징수 목소리도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2009년 도입된 농민 기초연금 제도는 사실상 국가 재원에 의존하는 구조다. 직장인·공무원 등이 급여 공제를 통해 기업과 공동 부담하는 근로 연금과 차이가 있다.
현행 방안대로 월 20위안씩 올릴 경우, 연간 432억 위안의 재정 지출이 투입된다. 올해 중국 중앙정부 일반예산(약 30조 위안)의 0.15%도 채 되지 않는다. 농민 연금을 500위안으로 인상하는 데는 중앙정부 일반 예산 지출의 1%도 채 되지 않는다며 민생을 위해 예산을 더 많이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재원 마련을 위한 다양한 제안도 나왔다. 중국국민당혁명위원회(민혁) 중앙위원인 장쉐우 전인대 대표는 토지양도 수입과 담배세 수입의 일부를 농민 연금 예산으로 돌리고, 빅테크(대형 인터넷기업)와 금융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액의 약 1%를 기초연금세로 거둬들이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적 제약도 크다. 급속한 고령화로 연금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경기 둔화 속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정부의 핵심 수입원이던 토지양도금도 감소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연금 지급을 위해 부채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란포안 중국 재정부 부장(장관)도 이달 초 양회 기자회견에서 민생 보장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국가 재정 수입이 압박받고 있다"며 지출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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