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K-뷰티, 인디의 속도에 헤리티지를 더하라

  • K-뷰티 다음 승부처는 속도 아닌 헤리티지

  • 기술·서사 쌓은 브랜드만 오래 살아남아

신유정 에이블씨엔씨 대표 사진에이블씨엔씨
신유정 에이블씨엔씨 대표 [사진=에이블씨엔씨]

최근 K-뷰티는 글로벌 시장에서 유례없는 확장을 경험하고 있다. 뉴욕의 세포라 매장에는 K-뷰티 전용 진열대가 자리 잡았고, 도쿄의 드럭스토어에서는 한국 브랜드가 베스트셀러 상위를 차지한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는 한국 화장품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소비되고 있다. K-뷰티는 해외 진출의 단계를 넘어 이미 글로벌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카테고리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수록 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브랜드 간 경쟁은 심화되고 소비자의 안목은 한층 더 정교해졌다. 이제 K-뷰티라는 국적의 후광이나 일시적 유행에 편승하는 전략의 유효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바이어들과의 미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질문 역시 비슷하다. '그래서, 이 브랜드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다. 

지금까지 K-뷰티의 확장을 이끈 핵심 동력은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디브랜드들의 특징이기도 한 '속도'였다. 빠른 기획력, 민첩한 트렌드 대응력, 디지털 기반의 유통 실행력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진입 장벽을 낮췄고, K-뷰티를 시장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속도는 여전히 K-뷰티의 강력한 무기다. 변화가 빠른 뷰티 산업에서 민첩한 실행력은 필수 조건에 가깝다. 

하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경쟁의 기준은 속도를 넘어선다. 속도는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켰지만 그 과정에서 브랜드 간 개성과 차별성은 오히려 희미해졌다. 소비자들은 이제 기능이 아닌 태도를 보고 선택한다. 일시적인 바이럴이나 가격 경쟁은 시장의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반복 구매를 이끌어내진 못한다.  

결국 이는 브랜드가 얼마나 일관된 철학과 제품력을 축적해왔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바로 헤리티지다. 헤리티지는 단순히 오래된 브랜드라는 의미가 아니다. 특정 카테고리를 선도했던 경험, 반복적으로 검증된 제품력, 기술적 축적, 그리고 소비자와의 장기적 관계가 쌓여 형성된 자산을 의미한다. 신생 기업들이 단기 성과와 즉각적 혁신을 강조하지만 글로벌 시장이 성숙할수록 소비자는 철학과 신뢰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선택한다. 유행은 빠르게 소비되지만, 신뢰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간 경쟁력을 유지해온 브랜드들은 공통적으로 깊은 자산을 갖추고 있다. 연구 개발 기반의 기술 축적, 일관된 브랜드 서사, 명확한 정체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로 전환된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축적한 자산을 현재의 시장 언어로 재해석하는 일이다. 시간 속에서 쌓아온 기술과 철학이 오늘의 소비자와 어떻게 연결되는가가 관건이다. 브랜드의 기록이 단순한 연혁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의 제품과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살아 움직일 때 비로소 헤리티지는 경쟁력이 된다. 

에이블씨엔씨는 브랜드가 가진 유산을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샤는 최근 브랜드 슬로건을 'where skincare meets makeup!'으로 재정립했다. 단순한 메이크업이 아닌 스킨케어에 기반을 둔 하이브리드 전략은 BB크림을 통해 글로벌 시장 확대를 경험한 미샤가 가장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는 가치다. 

여기에 미샤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타임레볼루션 나이트리페어 앰플'(일명 보라빛 앰플)과 '타임 레볼루션 더 퍼스트 에센스 5X' 등에 적용된 한국적인 옹기 발효 기술을 독창적인 자산으로 내세우며 기술이 마케팅 수단을 넘어 브랜드의 근간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기술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콘셉트가 아니다. 미샤는 20여 년간 축적해 온 연구개발(R&D) 노하우를 바탕으로 발효 원료 연구, 제형 안정화 기술, 피부 친화 성분 배합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데이터와 자산을 구축해왔다. 시간과 데이터를 통해 축적된 연구개발(R&D) 헤리티지는 특정 제품의 히트에 머무르지 않고 브랜드 전체의 품질 신뢰도를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K-뷰티가 진정한 글로벌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개별 브랜드의 성공을 넘어 브랜드 자산의 고도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경쟁은 누가 더 빨리 진입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남느냐의 싸움이다. 이는 얼마나 명확한 브랜드 서사를 구축하고 글로벌 소비자와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축적된 브랜드 자산 위에 민첩한 실행 구조가 결합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선행되어야 K-뷰티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유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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