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발 원자재 수급 불안이 최종 소비재 가격에 전가되는 '워플레이션(전쟁+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판매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면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결국 실물 경제로 전이돼 점차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쉐린코리아는 이달 들어 승용 부문 타이어 일부 가격을 조정했다. 제품별 인상 폭은 최대 5% 수준이다. 미쉐린 관계자는 "국가·사업 부문별 시장 상황을 보며 가격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쉐린이 타이어 가격을 인상한 건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영향으로 읽힌다. 지난달 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발발 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탓에 중동 원유 물동이 끊겨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타이어 등 완제품 원료가 되는 석유화학제품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실제 타이어 주원료인 스타렌부타디엔고무(SBR) 가격은 최근 들어 큰 폭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t당 1522달러였던 SBR 평균 가격은 이달 16일 기준 2170달러로 약 43% 올랐다. SBR 제조에 투입되는 부타디엔 가격은 같은 기간 869달러에서 2030달러로 134% 폭등했다. 다른 타이어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고심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가 급등 관련 원재료 가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워플레이션 현상은 다른 업종에서도 감지된다. 특히 요소수 가격은 일부 판매처에서 10ℓ당 2만원을 넘어서며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화물 업계는 온라인 구매 가격이 기존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며 운행을 멈출 처지라고 호소한다.
다만 요소수의 경우 실제 수급 위기보다 유통 과정 내 가격 왜곡 가능성도 제기된다. 생산업체들은 '원재료 값이 오르긴 했지만, 공급에는 문제가 없고 가격 인상 폭도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유지 중인데, 일부 채널에서는 구매 제한 조치까지 시행되고 있어 시장 혼선이 커지는 양상이다. 유통 단계의 불안 심리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인트 업계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나프타 공급망 불안 등으로 석유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KCC·노루페인트·삼화페인트·제비스코 등 주요 업체들은 일제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페인트는 원가의 절반 이상이 석유계 원자재로 구성된 만큼 유가와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인상 폭은 품목별로 최소 10%에서 최대 55% 이상에 달한다. 이번 페인트 가격 인상으로 건설·조선·자동차 등 전방 산업 역시 연쇄적인 비용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동 전쟁으로 인해 생산부터 수송·운송 비용이 증가하고 환율 문제까지 겹친 상황"이라며 "가격이 뛸 수 있는 품목은 모두 오르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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