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의 복원] 서울 비아파트 전세 씨 마른다…월세 비중 79.7% '사상 최고'

  • 빌라 시장, 구조적 월세화 고착..."저소득 임차인 주거비 부담 확대"

빌라와 단독주택이 섞인 서울 시내 주택가 풍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빌라와 단독주택이 혼재된 서울 시내 주택가 풍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빌라 시장에서 전세 물량 자체가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수요·공급 양측에서 동시에 전세 이탈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착공·준공 급감으로 신규 임대 매물 자체가 사라지며 빌라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가 구조적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5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월 서울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79.7%로 월 기준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특히 그간 전세 비중이 높았던 빌라(연립·다세대)의 전세 비중이 1년 새 급감하고 순수 월세 비중이 급격히 확대된 상황이다.
 
부동산플래닛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 빌라 임대차 계약 13만834건 중 월세는 7만8442건으로 전체 중 약 60%를 차지했다. 전세 거래는 전년 대비 17.3%나 감소한 반면 순수 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분 미만) 거래는 전년 대비 16.1% 늘어난 7776건을 기록하며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계약이 빠르게 늘고 있다.
 
빌라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는 임대인과 임차인 양쪽 수요에 따라 그 추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지적한다. 우선 임대인 측면부터 보면 월세 수익성이 전세를 압도하는 환경이 굳어졌다. 연 3%를 하회하는 정기예금 금리에 비해 전·월세 전환이율이 5% 안팎이기 때문에 월세를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 빌라의 전·월세 전환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평균 5.5%에 달한다. 특히 노원구(6.7%), 서대문구(6.5%), 강서구(6.0%) 등 외곽에서는 6%를 웃돌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고령층 임대사업자의 신규 대출이 어려워 현금 흐름 창출이 용이한 월세로 돌리는 사례가 빠르게 늘었다”며 “신규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기존 대출 이자를 월세로 충당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압박도 전세 공급을 줄일 수 있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전세를 끼고 여러 채를 보유하는 것보다 월세를 받는 한 채가 세 부담 면에서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아파트와 달리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 역시 빌라 시장 월세화를 가속화한 원인으로 꼽힌다. 빌라는 다양한 평형이 혼재해 세입자가 시세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임차인이 반전세로 밀려나는 현상도 맞물리며 빌라 월세 시장은 빠르게 팽창했다는 분석이다.
 
빌라 월세화가 구조적 고착으로 굳어지는 또 다른 배경으로는 비아파트 공급의 급격한 붕괴가 꼽힌다.
 
국토부 주택 유형별 준공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준공된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은 4858가구에 그친다. 2018년(3만5006가구) 대비 86.1% 급감한 것이다. 2023년까지 연간 1만가구 이상을 유지하던 공급은 2024년 6123가구로 무너진 데 이어 지난해 4000가구대까지 떨어졌다. 아파트 대비 공급 비중도 2018년 90.1%에서 지난해 9.7%로 쪼그라들었다.
 
선행 지표인 착공 물량도 암울하다. 서울 비아파트 착공 비중은 2021년 39.7%에서 2025년 14.5%로 급락했다.
 
공급이 끊긴 일차적 원인은 사업성 악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올해 1월 133.28로 2020년 1월(99.86) 대비 33.5%나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인상이 맞물린 결과다. 서울 토지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소규모 빌라 신축 사업 수익률은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 오래라는 평가다.
 
공급 부족과 월세 고착화로 결국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 심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서울 연립주택 월세 상승률은 2.66%에 달해 전세(2.05%) 변동률을 상회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신축 입주와 다주택자들이 민간의 임대 물량 출회가 다 막혀 있다”며 “특히 중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다 정책적으로도 보유세 이슈 등이 있기 때문에 임대인 입장에서 전세를 놓을 실익이 없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월세화로 순수 전세 매물이 잠기면 월세뿐만 아니라 향후 월세를 전세로 돌리거나 현재 남은 전세 보증금 역시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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