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칼럼] 미래지향적 한–인도 파트너십, 이제는 새로운 아젠다가 필요하다

  • 라지브 쿠마르 한–인도 포럼(India–Korea Forum)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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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지브 쿠마르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초빙연구원]


지난주 서울글로벌센터에서는 미래지향적 한–인도 파트너십의 방향을 모색하는 정책 대화가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새롭게 출범한 한–인도 포럼(India–Korea Forum)이 주최했으며, 향후 인도에서 열릴 한–인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협력의 미래 방향에 대한 공론을 형성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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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ping the Agenda for a Future-Oriented India–Korea Partnership’ 단체사진 [사진=저자 제공]


이번 대화에는 학계, 산업계, 그리고 차세대 리더들이 함께 참여하여 비즈니스, 기술, 그리고 차세대 리더십 협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논의의 핵심 결과 중 하나는 양국 관계에 새로운 아젠다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즉, 협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양국 국민 모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미래지향적 한–인도 파트너십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인도 관계, 특히 양국 관계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는 경제 협력의 발전 과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냉전 시기에는 양국 간 교류가 제한적이었지만, 냉전 종식 이후 관계는 크게 개선되었다. 이는 국제질서의 변화, 1991년 인도의 경제 자유화, 그리고 한국 대기업들의 신흥시장 진출 전략이 맞물린 결과였다. 

1990년대는 양국 관계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첫 한–인도 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삼성, LG, 포스코, 대우 등 주요 한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은 장기적인 투자와 전략적 접근을 통해 인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으며, 1990년대까지 인도 시장을 주도하던 일본 기업들을 능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오늘날 인도는 삼성, LG, 현대, 기아와 같은 한국 기업들에게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기업에게는 인도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대기업들은 한–인도 경제 협력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요한 한계가 존재한다. 바로 한국 중소기업(SME)과 스타트업의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인도 내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한국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수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도와 동남아시아가 글로벌 성장 거점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전 세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인도 내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현재 베트남에는 약 1만 개의 한국 중소기업이 진출해 있는 반면, 인도에서는 500개 미만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대기업이 양국 시장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뚜렷한 격차를 보여준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은 미래지향적 한–인도 파트너십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인도는 약 14억 인구를 보유한 거대한 시장이며, 특히 젊은 인구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이다. 전체 인구의 약 65%가 35세 이하로 구성되어 있어 소비와 혁신을 동시에 이끄는 역동적인 시장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빠른 인터넷 보급과 스마트폰 확산은 기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동시에 양국 협력은 단순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진출 확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국의 산업적 참여를 보다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은 전자, 자동차, 소비재 등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 집중되어 왔다. 이러한 분야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인도의 변화하는 경제 환경은 새로운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할 분야는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이다. 이는 애니메이션, 시각효과(VFX), 게임, 웹툰, 디자인, 음악, 미디어, 디지털 콘텐츠 제작 등 창의성과 지식재산이 핵심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포함한다. 이러한 산업은 현재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약 7억 명에 달하는 인도의 청년층 중 약 75%가 디지털 콘텐츠 소비뿐 아니라 창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콘텐츠 시장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창조산업는 단순한 성장 산업을 넘어 고용 창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인식한 인도 정부는 창조산업를 미래 성장 엔진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문화 산업, 디지털 플랫폼,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과의 협력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이러한 신흥 산업 분야에서 한–인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크다. 이는 한국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기존 산업을 넘어 인도의 디지털 및 창의 산업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동시에 인도 청년층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은 양국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이제는 한–인도 비즈니스 관계를 재정립할 시점이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에 두고, 창조산업,디지털 기술, 혁신 산업 등 신흥 분야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인도 양국은 보다 다양하고, 탄력적이며, 변화하는 인도의 경제 환경에 부합하는 진정한 의미의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라지브 쿠마르 필진 주요 이력

▷한–인도 포럼(India–Korea Forum) 회장 ▷인도 델리대학교 학사​ ▷성균관대학교 석사·박사▷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초빙연구원 ▷ 전 하와이대학교 동서문화센터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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