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칼럼] 이재명 정부의 대북 유감 표명… 그 이면의 전략  

1
[신율 명지대 교수] 

 “비록 우리 정부의 의도는 아니지만, 일부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이 유발된 데 대해 북측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 지난 4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 직접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북한의 김여정은 담화문을 통해 "대통령이 직접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언급한 것은 대단히 다행스럽고 스스로를 위한 현명한 처사라고 우리 정부는 평가한다"며 "우리 국가수반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하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 후 10시간 만에 나온 반응이다. 북한의 통상적인 반응 속도를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남 관계를 담당하는 장금철 북한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 국장은 7일 밤 발표한 담화에서, 김여정의 담화문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가장 적대적인 적수 국가인 한국의 정체성은 당국자가 무슨 말과 행동을 하든 결단코 변할 수 없다"면서 "한국 측이 우리 정부의 신속한 반응을 놓고 '이례적인 우호적 반응' '정상들 사이의 신속한 호상 의사 확인'으로 받아들이며 개꿈 같은 소리를 한다면, 이 역시 세인을 놀라게 하는 멍청한 바보들의 '희망 섞인 해몽'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비난에 더해, 북한은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상의 발사체를 이틀 연속 발사했다. 우리의 유감 표명에 언어적 위협과 미사일 도발로 응수한 셈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민의힘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국민의힘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받아 달라는 유족들의 절규에는 그토록 인색하던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서는 한없이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러한 국민의힘의 비판에는 일리가 있다.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언급이 없던 북한, 그리고 우리에게 수차례에 걸쳐 무인기 도발을 감행하고서도 아무런 사과를 하지 않았던 북한의 기존 행태를 상기하면, 과연 우리가 먼저 유감을 표명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를 두고 굴종적 자세라고 주장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비판의 근거는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우리가 유감을 표명하며 남북 간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 해도 북한은 도발로 화답할 것이 분명하다는 데 있다. 그런데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실무진이 이 같은 북한의 대응을 예측하지 못했겠느냐는 점이다. 필자의 개인적 추론이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실무진은 북한이 이런 식으로 반응할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북한에 유감을 표명한 이유는 단순히 '우리 이제부터 잘 지내자'는 식의 화해를 위해서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 이면의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도 노벨 평화상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자신이 8개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하는 것도 노벨 평화상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솔직히 트럼프가 어떤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구현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이런 주장을 사실관계 차원에서 일일이 따질 필요는 없다. 그가 주한미군 규모를 4만5000명, 주일미군 병력을 5만명이라고 주장해도 우리 정부나 일본이 이를 정정하지 않는 것도, 그의 발언에 일일이 사실을 들이대며 반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트럼프는 발언에서 '사실관계'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인물이다. 그런데 노벨 평화상을 그토록 갈망하는 그에게 난관이 등장했다. 바로 이란과의 전쟁이다. 트럼프는 독재 정권 전복과 자유 수호를 위해 공습을 지속하겠다는 논리를 펴며 '한 문명이 사라질 것'이라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그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이란 전쟁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한다면, 노벨상의 권위가 강대국의 위력에 의해 사라졌다는 비판이 제기될 소지가 크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을 받기를 원한다면 이제 남은 카드는 북한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북한과의 정상회담 재추진을 원할 것이지만, 문제는 북한이 현재로서는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우리나라가 자신을 지원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트럼프의 보복적 성향을 고려하면, 우리 정부로서는 이러한 비판을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다. 관세, 방위비, 핵우산 비용 등의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트럼프에게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하는데, 그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바로 미·북 정상회담의 성사를 돕는 것이다. 물론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자체를 한반도 평화와 직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트럼프가 북한이 45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회담에 한반도 비핵화의 첫걸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북한이 핵군축 회담을 제안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미·북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트럼프의 우리에 대한 보복적 압박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미·북 정상회담을 가능하게 하려면 우선 남북 관계의 과도한 긴장 상태를 완화해야 하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나왔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 국가의 외교 행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 안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을 수 있고, 때로는 겉으로 드러난 의도와 실제 전략적 목표가 다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로 표출된 행위나 발언만을 가지고 이를 단선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의 연장선에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을 바라보거나 평가해서도 곤란하다. 지금 이재명 정부는 그 어떤 전임 정부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미국'을 상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필자 주요 이력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