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의 본질은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다. 서버와 반도체, 전력망과 데이터센터는 돈으로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고, 기술의 방향을 바꾸고, 산업의 판을 뒤집는 연구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국이 오랫동안 AI 최강국이었던 이유도 결국 세계 최고 인재를 가장 많이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그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 인덱스’에 따르면 미국으로 이주하는 AI 연구자와 개발자는 2025년 한 해 동안 약 80% 급감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89% 줄었다. 미국의 기술 패권을 떠받쳐온 핵심 엔진이 식고 있다는 뜻이다.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규제가 있다. 고급 기술 인력 유입 통로였던 H1B 비자 비용을 대폭 높이고, 이민 문턱을 강화한 결과다.
자국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정치적 구호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첨단 산업은 단순 노동시장과 다르다. 최고급 기술 인재 한 명은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니라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존재에 가깝다.
AI 산업은 특히 그렇다. 뛰어난 연구자 한 팀이 기업 가치 수십조 원을 만들고 국가 경쟁력까지 바꾼다. 미국 빅테크가 성장한 배경에도 인도, 중국, 유럽, 한국 등 세계 각국 출신 인재들이 있었다. 미국의 강점은 국적이 아니라 개방성이었다.
그런 미국이 문을 좁히는 사이 스위스, 캐나다, 싱가포르가 새로운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인재는 국경보다 기회를 따라 움직인다. 규제가 높아지면 더 유연한 곳으로 간다. 기술 경쟁 시대에 국경 장벽은 보호막이 아니라 자해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여전히 AI 투자 규모에서 압도적이다. 지난해 미국 기업의 AI 투자액은 중국 민간기업의 23배에 달했다. 그러나 자본이 인재 공백을 완전히 메우지는 못한다. 돈은 기술을 가속하지만 사람은 기술을 창조한다.
이 변화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크다. 인재를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인재가 머물고 들어오게 만드는 제도다. 연구 자유, 보상 체계, 비자 개방성, 창업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AI 시대 국가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많은 천재가 오고 싶어하는 나라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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