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단기 과열과 레버리지 투자 확대 등에 따른 시장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섰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확대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를 선제 점검하는 한편 회계감리 주기를 대폭 단축하고 형식적 공시에 대한 심사도 강화해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부문 부원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지수 상승만을 근거로 시장 전반을 낙관하기보다는 상승 이면에 존재하는 리스크에 대한 점검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장기투자 문화 정착과 시장 신뢰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코스피 7000 돌파…“과열 경계·단기매매 투자 유의
코스피는 지난해 76%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74% 추가 상승했다. 시중 대기자금도 크게 늘었다. 지난 6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30조7000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11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시 대기자금만 243조4000억원 수준이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도 지난해 12조4000억원에서 올해 1~4월 29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다만 금감원은 지수 상승 이면에 숨어 있는 과열 양상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4월까지 코스피 상장사 948개 가운데 276개 종목이 하락했고 코스닥 상장사 1804개 중 647개 종목도 내림세를 기록했다. 지수 상승에도 종목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4월 기준 일평균 회전율은 코스피 1.48%, 코스닥 2.56%로 미국 S&P500과 일본 닛케이 대비 수배 높은 수준이다. ETF 회전율은 21.5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선물 인버스 ETF의 경우 회전율이 70%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달 말 상장이 예상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와 관련해서도 금감원은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부원장은 “출시 전 투자자 교육을 충분히 하고 출시 이후에도 매매 패턴과 동향을 계속 주시하면서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신용융자 급증…반대매매 리스크 경고
신용융자 증가세에 대한 우려도 내놨다. 올해 4월 말 기준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비중은 0.58%로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절대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신용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27조3000억원에서 올해 4월 말 35조7000억원으로 8조원 넘게 증가했다. 지난 3월 중동전쟁 여파로 증시가 급락했을 당시 반대매매 금액은 하루 1084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해 일평균 반대매매 규모의 22배 수준이다.
황 부원장은 “신용융자는 차입을 활용한 투자이므로 주가가 하락하면 반대매매로 인해 투자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며 “손실 가능성과 반대매매 위험 등을 충분히 고려해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별 리스크 관리 현황과 신용융자 잔고 추이를 점검하는 한편 필요 시 선제 조치를 통해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발행어음·IMA 확대…“유동성 리스크 함께 관리”
종투사의 발행어음과 IMA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 방안도 공개했다. 발행어음 조달 잔액은 2020년 말 15조6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54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도입된 IMA 역시 2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금감원은 조달 만기가 짧은 발행어음 자금이 기업금융 등 장기자산으로 운용되면서 만기 미스매칭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MA 역시 원금보전 의무가 있어 투자자산 부실화 시 종투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황 부원장은 “종투사들은 발행어음이나 IMA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상당 부분을 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기업금융 쪽에 투자해야 해서 유동성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모험자본의 공급도 필요하지만 만기 미스매칭이 발생해 유동성 위기가 오면 안 되니 같이 챙기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금감원은 발행어음과 IMA에 각각 100% 이상의 유동성비율 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위기상황분석과 비상자금조달계획 수립도 지도 중이다. 향후 부동산 중심으로 쏠린 증권사 자금이 생산적 금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NCR 위험값 조정 등 자본규제 개편도 병행할 계획이다.
황 부원장은 “발행어음 7개사의 유동성 비율은 3월 말 기준 115%, 발행어음 자체 유동성 비율은 163%로 크게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현안 과제로 언급한 것은 사전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봐달라”고 말했다.
“회계부정 반드시 적발”…감리주기 대폭 단축
회계감리 부문에서는 부실기업 조기 퇴출과 회계투명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금감원은 올해 안에 코스피 10년, 코스닥 5년 수준으로 감리주기를 단축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코스피200 기업부터 감리주기 10년 적용을 추진한다.현재 국내 상장사 전체를 한 차례 감리하는 데 평균 20년이 걸린다. 미국은 모든 상장사를 3년, 영국은 FTSE350 기업을 5년 주기로 점검한다.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심사 대상도 전년 대비 30% 이상 확대한다. 관리종목 지정요건에 근접했거나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높은 기업을 선제적으로 정밀 심사하고 회계·조사·공시 부서가 함께 대응하는 체계도 가동한다.
황 부원장은 상장폐지 요건 강화 이후 분식회계 유인이 커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회계는 기본적으로 상장폐지와 관련해 매출액 기준이 들어와 있어 매출 부풀리기를 상당 부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가총액 조건 미달과 관련해서도 시총을 높이기 위한 시도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식적 공시 안 된다”…주주권익 보호 강화
금감원은 공시심사 강화와 DART 개편 방안도 함께 내놨다. 공시서식 개편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RT) 기능 개선도 병행해 일반주주 권익 보호와 공시정보 활용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주주충실의무가 도입됐지만 일부 기업이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형식적으로만 공시를 작성하고 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실제 조직개편 관련 공시에서 특별위원회 논의 내용이나 주주 소통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은 사례에 대해 정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황 부원장은 “기업들이 개정 상법의 취지를 이해하고 관련 공시서류를 작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주주충실의무 공시 관련 유의사항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명령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황 부원장은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적시되는 게 목표”라며 “유동성 리스크의 구체적 내용, 유상증자 외 자금조달 수단 가능성, 실적 개선 전망의 근거 등이 투자 판단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정정명령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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