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정책 단계부터 '성차별' 걸러낸다

  • 기회의 평등에서 '결과의 평등'으로...인식 개선이 정책 출발점

김해시가 14일 시청에서 ‘2026년 성별영향평가 대상사업 담당자 기본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해시
김해시가 14일 시청에서 ‘2026년 성별영향평가 대상사업 담당자 기본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해시]


김해시가 정책 수립과 시행 과정에서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주요 사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성별영향평가 교육에 나섰다. 형식적 절차로 끝내지 않고 정책 수행 공무원의 성인지 감수성을 끌어올려 시민 체감형 변화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김해시는 지난 13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2026년 성별영향평가 기본교육'을 실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교육은 경남성별영향평가센터 전문가들이 분석을 통해 추려낸 시의 주요 사업 28개를 수행하는 담당 공무원이 대상이다.

교육 대상 사업은 신규 사업과 공모 사업, 안전·일자리 분야 등 일정 기준에 따라 선정됐다. 김해시 관계자는 "경남 전체를 총괄하는 경남성별영향평가센터의 전문가가 세출 세부사업 중 일부를 추려주면 담당 부서와 진행 가능성을 협의한 뒤 최종 선정된다"고 설명했다.

성별영향평가는 정책이 성별에 미치는 영향과 성차별 발생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합리적 개선 방안을 찾는 제도다. 평가 대상은 △조례·규칙의 제·개정안 △법률에 따라 3년 이상 주기로 수립하는 계획 △시 세출예산 중 성평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세부사업 △각종 시책 홍보물 등이다.


강의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박명숙 강사가 맡았다. 경남도 여성가족정책관을 역임한 박 강사는 지방자치단체 예산과 사업에 정통한 베테랑으로, 평가서 작성과 시스템 입력, 기존 컨설팅 결과의 시책 반영 등 실무 중심 강의로 직원들의 호응을 얻었다.

김해시는 2025년 성별영향평가를 통해 조례 개정과 홍보사업 운영 양 분야에서 우수사례를 만들어냈다. 조례 분야에서는 '김해시 청년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가 대표적이다. 시는 제4조 2항에 "성별, 연령, 계층, 장애 유무, 출산국가 등 청년의 개인적 특성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조문을 추가했다.

청년층의 다양한 배경과 조건에 따라 개개인의 실질적 문제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 사업 분야에서는 '효율적인 시정정보-뉴미디어 홍보'가 우수사례로 꼽힌다. 시는 서포터즈단을 모집하면서 남녀를 구분하고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포함하도록 했다. 또 김해시 공식 SNS를 통해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면서 남녀 성별 통계를 별도로 구축해 향후 홍보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성별영향평가는 남녀를 구분하는 차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제도라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올해 비닐하우스 점검 사업의 경우 농가주가 여성인 사례가 있는데, 이때 점검 설명을 좀 더 자세히 한다거나 점검복을 소형으로 별도 제작하는 식의 정책 보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역 축제 사후 점검에서도 개선 사례가 나왔다. 시 관계자는 "가야문화축제는 끝났지만 사후 점검을 통해 화장실이나 수유실 등이 여성 위주로만 구성됐는지를 살핀다"며 "내년에는 '수유실'을 '보호자실'로 명칭을 바꾸는 등 정책이 개선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평가서 작성 과정은 1년 단위로 운영된다. 담당 부서가 사업 기본 정보와 함께 위원회 구성 시 양성평등 원칙 준수, 공모전 심사위원의 다양한 계층 구성 등 사업에 맞는 개선안을 제출하면, 연말에 증빙 서류를 통해 이행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성별영향평가는 지자체 단위 정책뿐 아니라 전국 단위 법령 개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중화장실 설치 기준이 바뀌었다. 공중화장실의 여성화장실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를 합한 것 이상이 되도록 개정됐다. 여성 이용자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건설현장의 근로자 화장실 설치 기준도 손질됐다. 기존에 남성근로자 위주로 짜여 있던 규정이 남성근로자 30명당 대변기 1개, 여성근로자 20명당 대변기 1개 이상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개정됐다. 여성 건설근로자가 늘어나는 현장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매년 반복되는 교육이 형식적 절차로 흐르거나, 평가 결과가 실제 예산 삭감이나 사업 수정으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시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처럼 사업 자체를 중단시키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사업을 진행할 때 보다 폭넓게 성인지 관점을 감안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성과 검증 방식에 대해서는 인식 개선을 1차 목표로 제시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이 체감하는 것은 결국 정책과 시책이고, 이를 수행하는 담당자의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어제 교육에 참석한 분들 중에도 이 제도를 처음 접한 분이 있었는데, 매년 교육을 누적해 가다 보면 결국 전체 공무원이 이 관점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지 통계 구축도 병행된다. 시는 3년마다 성인지 통계를 구축해 각 부서에 배부하고, 사업 수립 시 대상자 성별 비율을 청구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평가 결과가 즉각 반영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도 사업 참여자와 추진 기관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교육을 통해 간접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박종주 김해시 복지국장은 "성별영향평가는 기회의 평등에서 결과의 평등으로 나아가 시민 모두가 정책의 혜택을 균형 있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제도"라며 "앞으로도 담당자 역량 강화와 정책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성평등 정책 실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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