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美대사직 60% 공석…중동·우크라 외교 공백 커졌다

  • 대사직 195개 중 115개 비어…현대 외교서 이례적 수준

  • 중동 주요국·러시아·우크라이나도 정식 대사 부재

  • 트럼프 측 "특사 활용이 더 효율적"…전직 외교관 "고위급 소통 약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전 세계 미국 대사직의 약 60%가 공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전쟁과 가자지구 평화 구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 등 주요 외교 현안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현장 외교력에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약 18개월이 지난 현재 미국 대사직 195개 중 115개가 공석이다. 미국 외교관 노조인 미국외교협회(AFSA) 자료를 인용한 수치로, 공석률은 약 60%다. WSJ는 이 같은 공석률에 대해 “현대 미국 외교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공백은 핵심 지역에 집중돼 있다. 미국은 중동에서 이란 전쟁 종료, 가자지구 평화 정착,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 중재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이라크, 쿠웨이트에는 정식 미국 대사가 없다. 아프리카에서도 51개 미국 대사관 중 37곳이 대사 공석 상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도 정식 대사가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협상은 주로 스티브 위트코프 평화 담당 특사가 맡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는 직업 외교관 줄리 데이비스가 대사 대행을 맡고 있지만, 그는 키프로스 주재 미국 대사를 겸하고 있다. 데이비스는 다음 달 국무부에서 퇴직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대사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한다. 대사가 공석일 때는 차석급 직업 외교관이 대사 대행을 맡는다. 이들은 대체로 외교 경험이 풍부하지만, 외국 정부 고위층에 접근하는 힘은 정식 대사보다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석 확대에는 여러 요인이 겹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사 지명이 늦어진 데다, 지명된 인사들도 상원 인준 절차에서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난해 12월 직업 외교관 출신 대사 약 30명을 갑자기 소환한 것도 공석률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전직 외교관들은 대사 공백이 미국 외교력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고 본다.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3인자 역할을 했던 톰 섀넌 전 차관은 WSJ에 “대사 공백이 위기 대응과 외국 정부 최고위층과의 소통 능력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 대사 재직 당시에는 외무장관이나 국가안보보좌관, 대통령을 만나야 할 때 곧바로 연락할 수 있었지만 대사 대행에게는 같은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맹국들의 불만도 나온다. WSJ는 미국과 가까운 동맹국 고위 당국자들이 숙련된 미국 대사의 부재로 트럼프 백악관과 메시지를 주고받기 어렵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판을 일축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행정부가 ‘아메리카 퍼스트’ 외교 의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직업 외교관 출신 대사를 더 많이 배치하기 위해 지명 절차를 감독하는 국무부 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측은 대사 공석이 외교 운영에 큰 차질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신뢰하는 특사와 측근을 활용해 여러 국가와 지역 현안을 동시에 관리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톰 배럭 튀르키예 주재 미국 대사는 시리아 특사를 겸하고 있고, 세르지오 고르는 인도 대사와 중앙아시아 특사를 함께 맡고 있다. 위트코프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이란 협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모두 관여하고 있다.
 
다만 현재 공석 규모는 과거 행정부와 비교해도 크다. 트럼프 1기 같은 시점에는 대사직 188개 중 45개가 비어 공석률이 약 24%였다. 오바마 2기였던 2015년에는 187개 중 12개가 공석으로, 공석률은 약 6.5%였다. 현재 상원 인준 절차에 올라 있는 대사 후보가 20명 넘게 있지만, 전체 공석 규모를 감안하면 외교 공백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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