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사라졌다"…광주·전남·전북서 신속 이송 사례 잇따라

  • 복지부·소방청,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분석

  • 3개월간 응급실 미수용 '0건'…병원 간 전원 지원 성과

  • 119구급스마트시스템·광역상황실 가동 등 이송 지침 안착

지난 3월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통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 통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12일 50대 환자가 근무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다급한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는 의식 장애를 보이는 환자를 인근 1차 병원(지역응급의료센터)으로 긴급 이송했다. 의료진의 초기 진단 결과 병명은 ‘뇌졸중’. 상급 종합병원에서의 최종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환자를 1차 병원까지 이송했던 구급대의 행보였다.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인계한 뒤 철수하지 않고, 의료진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응급실 입구에서 대기했다. 이후 1차 병원에서의 컴퓨터단층촬영(CT)과 기관 삽관 등 필수 응급처치가 끝나자마자 대기 중이던 구급차를 이용해 지체 없이 2차 최종 치료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재이송)했다. 신속한 현장 판단과 구급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의료 공백 없이 소중한 생명을 구한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골든타임 사수는 정부 부처가 손잡고 지역 맞춤형 매뉴얼을 재정비한 데서 출발했다.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광주광역시,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 등 3개 시·도에서 실시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추진 성과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응급실 미수용 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시범 사업은 한정된 지역 내 의료 자원을 최대한 짜임새 있게 가동해 고질적인 응급실 이송 지연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됐다. 시범 지역에서는 구급대와 시·도 구급상황관리센터, 응급의료기관 간 환자 정보 공유와 수용 여부 확인 절차를 촘촘히 엮었다. 만약 지역 내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질환이나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광역상황실과 연계해 전국 단위로 이송 병원을 수배하거나 이송·전원 병원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는 체계를 갖췄다.
 
성과의 배경에는 앞선 뇌졸중 환자 사례처럼 구급대의 헌신적인 병원 간 전원 지원(총 45건 수행)뿐만 아니라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스마트 시스템 도입이 한몫을 톡톡히 했다. 전북의 경우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가동해 구급대원의 병원 선정 소요 시간을 전년 동기 대비 3분 15초나 앞당긴 평균 8분 40초로 단축했다.
 
광주는 ‘중증응급환자 이송병원 결정 위원회(Final Landing Team)’를 구성해 지역 6개 당직 의료기관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27건의 까다로운 이송 사례를 해결했다. 광역상황실 역시 이송병원 선정 지원 건수가 전년 월평균 5건에서 시범 사업 기간 월평균 41건으로 8배 이상 폭증하며 강력한 2차 안전망 역할을 수행했다.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현장 체류 시간(구급대 현장 도착~출발)’도 유의미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중증환자를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광주는 1분 24초, 전북은 24초가량 출동 지연 시간을 줄여냈다. 병원 기능별 환자 분산 효과도 뚜렷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 환자의 수용 비중이 늘고 지역응급의료기관은 경증 환자를 전담하는 구조로 안착하고 있다.
 
복지부와 소방청은 이번 시범 사업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오는 9월 내에 촘촘한 이송 지침을 전국 모든 시·도 현장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응급실 환자 수용 인프라 강화를 위해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현행 44개소에서 최대 60여 개소로 늘리고, 응급의료진의 사법 리스크 완화를 위한 필수의료 배상보험료 지원 대상도 신생아·응급 분야로 대폭 확대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번 시범 사업은 구급대, 구급상황관리센터, 의료기관, 광역상황실이 지역 여건에 맞는 이송 체계를 함께 점검하고, 현장에서 작동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소방청은 시범 사업 전국 확대에 맞춰 시·도 소방본부와 지자체 보건국, 지역 응급의료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지역별 이송 지침을 재정비하고, 응급환자가 적정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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