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초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이 대규모 반미·반이스라엘 집회로 변했다.
4일(현지시간)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부터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위한 6일간의 장례 절차에 들어갔다.
테헤란 도심의 대형 야외 기도시설인 이맘 호메이니 대모살라에는 이른 새벽부터 수십만명의 조문객이 몰렸고 이들은 "피의 복수"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외치며 하메네이의 죽음을 애도했다.
하메네이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감행한 전쟁 개시 공습으로 86세에 사망했다. 이란 당국은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대규모 장례식을 미뤄왔으며, 지난달 임시 휴전 합의가 체결된 뒤에야 장례 일정을 확정했다.
장례식이 열린 테헤란 대모살라 주변은 오전 5시 30분께부터 하메네이의 사진과 이란 국기를 든 시민들로 채워졌다. 하메네이의 관은 유리관 아래 공개됐다. 공습으로 함께 숨진 그의 딸과 사위, 며느리, 생후 14개월 된 손녀의 관도 나란히 놓였다. 하메네이의 관 위에는 그가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임을 상징하는 검은 터번이 올려졌다.
현장 분위기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복수와 체제 결속을 강조하는 정치적 의식에 가까웠다. 한 조문객은 로이터에 "여기 온 모든 사람은 최고지도자의 피를 갚기 위해 왔다"며 "우리는 미국과 피의 원한이 있고, 미국과의 관계는 결코 좋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문객들은 AP통신에 "우리의 말은 하나다. 복수, 복수"라고 외쳤다.
이란 당국은 이번 장례식을 통해 하메네이 사망 이후 흔들릴 수 있는 체제 결속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모습이다. AP는 하메네이 장례식이 이란 신정체제와 그의 아들이자 새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에게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례식이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일과 맞물린 점도 반미 상징성을 더했다. 이란 당국은 장례식 시작일의 의미를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끊이지 않았다. 이 구호는 1979년 이슬람혁명과 미국대사관 인질 사태 이후 이란에서 반복돼 온 대표적인 반미 구호다.
하메네이의 장례식은 6일간 이어진다. 이날 대모살라 영결 예배를 시작으로 6일 테헤란 도심 장례 행진, 7일 이란 중부 종교도시 곰 장례 예배, 8일 이라크 카르발라·나자프 추모식을 거쳐 9일 하메네이의 고향인 이란 마슈하드에 안장될 예정이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메네이 장례식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가 장례식에 모인 상황을 언급하며 "한 발이면 그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면 협상할 상대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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