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어부바] 세제 개편 윤곽…'때려잡기'인가, '정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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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hatGPT]
부동산시장은 읽기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 역시 어렵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려운 ’부’동산 ’바’로보기는 거기서 출발합니다.

이달 말 발표될 세제 개편안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방향은 세 갈래다.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으로 부담을 키우고, 양도세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며, 과세 강화의 무게는 초고가·비거주·다주택 쪽에 둔다. 주택 수 중심 과세에서 집값과 실제 거주 여부를 함께 따지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는 흐름이다. 아직 확정안은 아니지만 대통령과 청와대 정책 사령탑의 발언이 쌓이면서 방향은 또렷해졌다.

단어 싸움도 시작됐다. 정부는 이를 ‘정상화’라 부르고, 야당은 ‘증세’이자 다시 세금으로 집값을 때려잡겠다는 발상이라고 맞선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에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쓰자, 국민의힘은 “본질은 국민의 지갑을 겨눈 증세 예고편일 뿐”(최보윤 수석대변인)이라고 논평했다. 오는 23일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부동산 공개 토론에 나서면 이 싸움은 전국 중계가 된다. 단어 싸움은 곧 고지서 싸움이다. 이럴 때는 계산기가 약이다. 하나씩 두드려 보자.
 
‘보유세가 낮다’는 말부터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에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 그래서 많이 사 모아도 부담 별로 없다”고 했다. 이 말은 맞을까.

분모를 뭘로 잡느냐에 따라 답이 세 번 바뀐다. 부동산 시가 대비 보유세, 즉 실효세율로 보면 한국은 0.15%다. OECD 평균 0.33%의 절반이고 조사 대상 30개국 중 20위다(토지자유연구소, 2022~2023년 기준). 이 기준으로는 대통령 말이 맞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는 1.0%로 OECD 평균 0.95%와 비슷하고, 총조세 대비로는 3.48%로 평균 2.85%를 웃돈다. 이 기준으로는 평균 이상이다.

경제 규모에 비해 부동산 자산이 크고 전체 조세부담률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생기는 엇갈림이다. 실효세율은 낮아도 전체 세수에서 보유세가 차지하는 몫은 작지 않다. 결국 정부는 낮은 실효세율을 들고, 반대편은 높은 세수 비중을 든다.

이달 2일 OECD가 낸 한국경제보고서는 성적표를 한 장 더 내밀었다. 부동산 관련 세금 전체는 GDP 대비 3.0%로 OECD 평균 1.6%의 두 배에 가까운데, 보유세 비중은 29.4%로 OECD 평균 56.0%의 절반이다. 대신 취득세·양도세 같은 거래세가 50.4%를 차지한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한국의 부동산 세금은 싼 게 아니라 잘못 걷히고 있다.

중요한 것은 보유세 인상만 떼어 읽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OECD 권고는 거래할 때 무겁게 걷고 보유할 때 상대적으로 가볍게 걷는 구조를 바꾸라는 것이다. 보유세를 올리면서 취득·양도 단계의 부담을 그대로 둔다면 세금의 중심을 옮기는 게 아니라 하나를 더 얹는 결과가 된다. 정부가 이를 ‘정상화’라고 부르려면 거래세 인하도 같은 계산서에 들어 있어야 한다.
 
‘복구’의 측면은 분명히 있다

이번 개편의 유력 수단으로 꼽히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보자. 공시가격에 곱해 과세표준을 정하는 이 비율은 80%가 기본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95%까지 올렸고, 윤석열 정부가 2022년 60%로 내린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60~100% 사이에서 시행령만으로 바꿀 수 있어 국회를 거칠 필요도 없다. 지금 거론되는 ‘80% 상향’은 제도 출발 때의 기본값으로 되돌리자는 것에 가깝다.

다만 제도의 기본값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납세자의 부담까지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공시가격과 집값, 세율과 공제 조건이 당시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같은 80%라도 과세표준에 곱해지는 공시가격이 높아지면 실제 세액은 과거보다 커질 수 있다. 정부에는 ‘복구’지만 고지서를 받는 사람에게는 분명한 인상이다. 정상화와 증세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는 지점이다.

납세자 처지에서 롤러코스터였던 것도 사실이다. 시가 25억원 안팎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보유세는 2021년 500만원대에서 2023~2025년 200만원대로 내려왔다가 올해 400만원대 중반으로 다시 올랐다. 정권에 따라 세율과 비율이 바뀌면서 같은 집의 세금이 5년 새 두 배 넘는 진폭으로 출렁였다. ‘정상’이 어디인지부터가 논쟁인 이유다.
 
계산서와 고지서는 다르다

계산에 앞서 이 세금을 누가 내는지부터 보자. 종부세는 1세대 1주택 기준 공시가격 12억원을 넘는 집부터 과세 대상이 된다. 지난해 개인 주택분 종부세 과세 인원은 48만1000명이다. 2024년 말 기준 주택을 소유한 개인이 1597만6000명이니 대략 100명 중 3명꼴이다. 직접 고지서를 받는 사람은 주택 소유자 가운데서도 극히 일부다. 적어도 ‘전 국민 세금 폭탄’으로 부를 수 있는 세금은 아니다.

그럼 그 3명은 얼마나 내게 될까. 국회예산정책처 추산으로 올해 주택분 종부세는 1조4763억원에서 2조8425억원으로 약 2배가 되고, 재산세를 합친 주택분 보유세는 8조6995억원에서 10조658억원으로 늘어난다. 서울만 보면 21.1% 증가다. 숫자만 보면 ‘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그런데 계산서가 그대로 고지서가 되지는 않는다. 세부담 상한 때문이다. 현행 종부세법은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 합계가 직전연도 총세액 상당액의 150%를 넘는 부분을 차감하도록 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서울 주요 고가 1주택 10곳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비율을 80%로 올려도 모두 상한에 걸렸다. 반포자이 전용 84㎡는 상한 적용 전 2426만원이지만 실제 고지액은 1843만원으로 낮아진다.

상한을 그대로 두면 산출세액 전부가 첫해 고지서에 찍히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충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직전연도 총세액 상당액보다 최대 50% 늘 수 있다. 상한 초과분은 이듬해로 이월되지 않지만 상한선이 매년 새로 계산되는 만큼, 과세표준과 제도가 유지되면 이후 고지액이 산출세액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그래서 봐야 할 것은 상한을 함께 손대는지, 손댄다면 얼마나 높이는지다. 문재인 정부 때는 다주택자에 한해 300%까지 열려 있었다.
 
실거주를 어떻게 가를 것인가

전면 증세로 보기 어려운 정황도 있다. 정부 안팎에서 거론되는 방향은 중저가 실거주 1주택의 부담은 유지하거나 낮추고 초고가·비거주·다주택에 과세를 집중하는 차등 구조다. 대통령도 올해 1월 “세금으로 집값 잡는 건 웬만하면 안 하겠다”고 하면서 “내가 오래 살았다면 보호해 줘야겠죠”라며 실거주를 따로 짚었다. 6월에는 “여러 채를 가지고 있다 하는 건 상관없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부담은 하게 하자”고 했다. 두 발언의 관계를 두고 해석은 갈릴 수 있지만, 실거주 보호와 비거주·다주택 부담의 차등 쪽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도 같은 방향이다.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이 제도를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오로지 장기 보유했다는 사유만으로 양도세를 대폭 깎아주는 제도”라고 썼다. 보유에 주던 혜택의 무게를 거주 쪽으로 옮기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실거주를 어떻게 가르느냐다. 주민등록상 주소만 볼 것인지, 실제 거주 기간을 따질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전근과 장기 출장, 가족 돌봄뿐 아니라 정비사업 이주나 임대차 분쟁으로 본인 집에 들어가지 못한 기간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도 문제다. 부부의 직장이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주말부부처럼 주소지와 실제 생활 근거지가 갈리는 경우도 있다.

기준이 좁으면 불가피한 비거주까지 투기 수요와 같은 잣대로 묶고, 예외가 넓으면 위장 거주와 형식적인 주소 이전을 막기 어렵다. 실거주 보호라는 원칙은 쉬워 보여도 과세 기준으로 옮기는 순간 복잡해진다. 보호 대상뿐 아니라 증명 방식과 예외 기준도 함께 내놔야 한다.
 
때려잡기도, 정상화도 절반씩

그래서 판정은 이렇게 된다. ‘정상화’라는 정부 언어는 절반만 맞다. 윤석열 정부가 내린 것을 되돌리는 복구의 성격, 거래세에 쏠린 구조를 보유세 쪽으로 옮기라는 OECD 권고와 방향이 겹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더글라스 서더랜드 OECD 국가분석실장부터 “상당히 오랜 기간 단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거래세를 내리는 반쪽이 빠지면 구조 전환은 총량 증세로 변질된다.

‘때려잡기’라는 야당 언어도 절반만 맞다. 세부담 상한과 차등 설계가 살아 있는 한 산출세액 전부가 첫해 고지서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중저가 실거주 1주택을 보호하고 초고가·비거주·다주택에 부담을 집중한다면 모든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일률적 증세로 보기도 어렵다. 다만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에 세부담 상한율 인상까지 얹거나, 거래세 인하 없이 보유세만 올리고, 실거주 예외를 좁게 설계하면 그때는 구호가 현실이 된다.

결국 세제 개편 발표문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세율 숫자보다 세 가지 설계다. 첫해 부담을 좌우하는 세부담 상한을 그대로 둘 것인가.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거래세를 함께 낮출 것인가. 주민등록과 실제 거주 기간,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실거주를 가를 것인가. 이 세 칸이 채워지기 전까지 때려잡기와 정상화는 둘 다 진영의 단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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