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창원 전역이 지붕 없는 조각 미술관으로 변모한다. 성산아트홀을 비롯해 100년 역사의 진해역 일대와 마산어시장, 창원의집, 창원역사민속관 등 창원·진해·마산 곳곳에 200여점에 달하는 조각 작품들이 전시된다.
국내 유일의 조각 비엔날레인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오는 9월 30일부터 11월 15일까지 47일간 '공명장'을 주제로 열린다. 올해 비엔날레에는 14개국 74개 팀(81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한국의 조혜정 감독과 중국의 장쥔 감독이 공동 예술감독을 맡았다. 이와 관련, 김사숙 창원문화재단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14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6년 사상) 처음으로 해외 감독을 공동 예술감독으로 모신 것은 독일과 중국 등 국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비엔날레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 전체를 전시장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전시는 성산아트홀을 중심으로 창원의집·창원역사민속관, 진해역 일대, 마산어시장 등 창원·마산·진해를 잇는 4개 권역에서 펼쳐진다. 전체 출품작의 60% 이상이 성산아트홀에 집중되지만, 각 권역마다 최소 10명 이상의 작가를 배치해 어느 한 곳만 방문하더라도 하나의 완성된 전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조혜정 공동예술감독은 인공지능 시대에 무거운 예술인 '조각'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조각은 가장 오래된 예술인 동시에 가장 느린 예술"이라며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세계 속도에 휩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은 조각 앞에 서면 멈추게 된다"며 "무게를 가늠하고 표면과 재료를 살피고 작품 곁을 돌아보게 되기에, 조각이 오래 전부터 지녀온 관계 생성의 힘을 다시 작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혜정 감독은 특별기획전 '조각 이전의 조각'에서 조각이 근대 미술의 장르가 되기 이전부터 인간의 삶 속에 존재했던 조형 감각을 탐구한다. 김윤신, 심문섭, 박석원, 주밍, 잔왕, 마더성 등 동아시아 주요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깎기, 비우기, 쌓기 같은 원초적인 조형 행위를 새롭게 읽어낸다.
장쥔 감독은 '창원 조각 아틀라스'를 선보인다. 올해 출품작뿐만 아니라 역대 창원조각비엔날레 공공조각까지 위치 정보와 함께 연결한 지도형 디지털 아카이브다. 참여작가들의 작품을 창원의 역사와 지리, 문화적 맥락 속에서 새롭게 읽도록 구성하며, 일부 작가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신작을 제작한다. 관람객은 모바일 QR코드를 통해 작품과 장소, 창원의 역사와 문화 키워드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는 창원이란 도시가 지닌 지역성이 핵심 조건이다. 산업도시 창원, 민주화의 기억을 품은 마산, 군항도시 진해는 서로 다른 역사와 리듬을 지닌 채 2010년 행정 통합으로 하나의 도시가 됐다. 그러나 세 지역에는 문화적·정서적 거리가 여전하다.
황인 창원조각비엔날레 추진위원장은 "통영, 창원, 진해까지 이르는 남해안 라인은 문신, 박석원, 김영원 등 한국 현대 조각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집중적으로 배출된 곳"이라며 "제작 과정이 느리고 무거운 조각의 본질에 접근한 올해 비엔날레를 통해 창원·마산·진해 사람들이 서로 공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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