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개편을 앞두고 초고가 1주택 과세 강화와 실거주자 보호 사이의 균형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행 세제가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세 부담을 높일 경우 실거주 1주택자와 임대시장에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맞섰다.
재정경제부는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를 열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는 공급·금융·세제 분야별 토론회를 거쳐 오는 23일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에서 부동산 정책 방향을 종합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종부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 중심에서 가액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여러 채를 보유했는지보다 보유 주택의 총자산 가치와 담세 능력을 기준으로 세 부담을 정하는 것이 과세 형평성에 맞는다는 취지다.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부동산세제 쟁점 사안들이 모두 초고가 1주택 문제로 집중된다”며 “실거주 요건으로 세 부담을 낮추고 비거주 기준으로 과세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주택을 거주 목적과 투자 목적으로 구분해 과세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실거주 주택의 세 부담은 낮추되 비거주 주택에는 더 높은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다. 과세 기준 역시 주택 수보다 주택 가액을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다고 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공시가격 합계액이 같아도 주택 수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두 배 이상 차이 난다”며 “주택 수가 아니라 공시가격 등 가액의 크기에 따라 부과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실제 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초고가 1주택 기준을 어디에 둘지도 논쟁거리다.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초고가 주택은 양도가액이 아닌 양도차액 기준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며 차액이 30억원 이상이면 초고가 주택으로 구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유세 강화론도 제기됐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보유세 실효세율이 주요 선진국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라며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은 징벌적 과세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종부세뿐 아니라 재산세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도 도마에 올랐다. 현행 제도는 1세대 1주택자에게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양도차익을 공제해준다. 이 중 거주하지 않고 보유만 해도 최대 40% 공제를 받을 수 있어 고가 1주택 장기 보유에 과도한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장특공제 축소와 관련해 “그동안 주택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양도세를 많이 내도 많이 벌어간다”고 말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맞춰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세제 강화가 거래 위축과 임대시장 불안을 부를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실거주든, 비거주든 장기보유 혜택을 그대로 가져가야 임대주택의 안전한 공급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장특공제를 급격히 줄이면 집을 팔 유인이 약해지고 매물 잠김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주장이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투기성 보유’와 ‘실거주 보유’를 어떻게 가를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초고가 1주택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높이면서도 은퇴자와 장기 실거주자 등 실수요자의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막을 장치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이달 말 세제개편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주택 수 중심 과세에서 가액·실거주 중심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초고가 주택 기준과 장특공제 조정 폭을 둘러싼 논쟁이 막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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