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가 최근 2024년부터 2026년까지의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이러한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구독 시장은 외형적인 성장보다 소비자의 이용 목적과 지출 구조가 변화하는 '질적 전환'의 시기에 들어섰다.
지난 2년간 구독 시장의 매출은 11.5% 증가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안정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결제 건수는 28.2%, 이용 회원 수는 24.7% 늘었다. 이는 소비자 한 사람이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다구독'이 보편화됐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구독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가격 할인이나 편의성이 중요한 요소였다면 이제는 '얼마나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가'가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지불한 비용만큼의 효용을 기대하며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서비스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AI 구독은 같은 기간 589.6%라는 압도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쇼핑·배달(67.2%), 가전·렌탈(22.5%) 등 생활밀착형 구독도 꾸준히 성장했지만 AI의 성장 속도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변화의 핵심은 소비의 목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구독이 여가와 편의를 위한 소비였다면 이제 AI 구독은 업무 효율을 높이고 학습과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생산성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소비의 중심이 '엔터테인먼트'에서 '생산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세대별 특징도 분명하다. 20~30대는 AI를 업무와 창작, 학습에 적극 활용하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에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40대 이상은 렌탈과 쇼핑, OTT 등 기존 생활밀착형 구독을 유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같은 구독경제 안에서도 세대별 소비 목적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구독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부가가치다. 현재 구독 시장은 상위 5% 이용자가 전체 매출의 약 24%를 차지하는 구조를 보인다. 특히 AI 구독 이용자의 1인당 소비 규모는 일반 이용자의 약 2.5배에 달했다. AI 구독이 고지출 성향의 핵심 소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건당 결제금액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I 구독의 평균 결제금액은 2024년 3만2000원에서 2025년 3만7000원, 2026년에는 5만원으로 2년 만에 약 59% 증가했다. 단순한 가격 인상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용자들이 프리미엄 AI 모델과 전문 서비스를 선택하며 더 높은 가치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구독경제는 이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과거의 구독이 '소유보다 이용'이라는 소비 방식의 변화였다면, AI 시대의 구독은 '소비를 넘어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라는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AI는 더 이상 일부 얼리어답터의 기술이 아니라 개인의 업무와 학습, 창작을 지원하는 일상의 도구가 되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구독 시장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느냐보다 얼마나 큰 생산성과 가치를 만들어주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AI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구독경제는 소비자의 선택 기준뿐 아니라 기업의 서비스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카드 결제 데이터는 그 변화가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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