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한 달 앞두고 국립대 무상교육?"…교육부 '갈라치기' 정책에 지방 사립대 벼랑 끝

  • 수시 의존도 80~98% 달하는 지방 사립대 직격탄…"명백한 입시 개입이자 생태계 파괴"

  • 사립대엔 정원 감축 강요, 국립대는 무조건 지원…지방 사립대들 "기울어진 운동장"

  • "남아도는 초·중등 교부금 활용하고, 유학생 유치 역할 분담해 사립대 살려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문체부·국가유산청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문체부·국가유산청 등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부가 내년부터 지방 국립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국가장학금을 대폭 확대해 사실상 '무상교육'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지역 사립대학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입 수시 원서 접수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 발표된 이번 정책은 수험생들의 국립대 쏠림 현상을 유발하는 명백한 입시 개입이자 고등교육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17년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한계 상황에 내몰린 사립대들은 이번 조치가 지방 사립대 '고사(枯死)'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역 균형 장학금'을 도입해 지방 국립대 학생 대상 국가장학금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보고했다. 반면 지역 사립대에 대해서는 '지역인재장학금 개편을 통한 우수 학생 지원'으로 혜택을 한정해 국·사립 간 명확한 차등 지원 방침을 세웠다.
“수시 원서 접수 코앞인데”…고등교육 생태계 훼손 우려
지역 대학가가 가장 분노하는 대목은 정책 발표의 '타이밍'이다. 비수도권 사립대학들은 신입생 모집의 80%에서 많게는 98%까지 수시 전형에 의존하고 있다.
 
한 지방 사립대 관계자는 "수시 모집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지방 국립대 등록금 지원을 발표한 것은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입시에 개입한 것"이라며 교육부가 고등교육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수험생들이 등록금 혜택을 찾아 대거 국립대로 몰리면, 당장 올해 수시 모집부터 비수도권 사립대의 대규모 미달 사태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다.
 
사립대 협의체와 교수 단체들도 일제히 비판에 가세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등은 국립대에만 한정된 무상교육이 실시될 경우 사립대와 전문대는 심각한 재정 악화를 겪게 되며, 이는 개별 대학의 문제가 아닌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사무총장 역시 "이미 오랜 기간 이어진 등록금 규제로 사립대와 국공립대의 교육 여건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만드는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사립대엔 '정원 감축' 족쇄, 국립대엔 '무조건 지원’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의 구조적 불공정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비수도권 사립대학들은 그간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입학 정원 감축을 울며 겨자 먹기로 감수해왔다.
 
특히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등에서 3% 감축을 요구받을 경우, 4년제로 환산하면 막대한 등록금 수입 증발로 직결된다. 그러나 최근 거점국립대를 대상으로 한 '서울대 10개 만들기'나 '글로컬 대학' 사업 등에는 이러한 입학 정원 감축 조건이 사립대만큼 엄격하게 붙지 않아 명백한 역차별이라는 원성이 높다.
 
이러한 재정적 압박은 오는 15일부터 발효되는 사립대학 구조조정 관련 법안과 맞물려 연쇄 도산의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한 지방 사립대 총장은 "사립학교 폐교 시 잔여 재산의 15%를 설립자에게 환원하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책무성 보험료조차 내기 어려워 한계에 다다른 사립대들이 당장 30~50개씩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며 국가 고등교육의 80~85%를 책임져 온 사립대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남는 교부금 활용하고 외국인 유학생 역할 분담해야”
지방 사립대들은 지역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 지역 사립대 총장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교육감들이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무상으로 배포하는 등 선심성으로 남발하는 초·중등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조정해 사립대 재정 지원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활용한 역할 분담론도 주요 대안으로 꼽힌다. 그는 "현재 국립대들이 외국인 유학생에게도 혈세를 들여 국내 학생처럼 장학금을 주며 사립대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국내 학생은 국립대가 장학금을 통해 전담하고, 학비를 지불할 여력이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사립대가 유치하도록 유도한다면 국립대와 사립대가 함께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지역 청년 정주와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립대 살리기가 사립대 죽이기로 귀결되지 않도록,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에 대한 종합적이고 치밀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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