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티븐 파인버그 미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 5일 주요 방산업체에 서한을 보내 핵심 무기의 납품을 늘리고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21일 이내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파인버그 부장관은 "수년이 걸리는 개발 주기는 용납할 수 없다"며 "사업 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생산 능력을 지금 당장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의 지속적인 대량 주문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자본 투자와 생산시설 확장 방안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와 고나련해 숀 파넬 국방부 수석 대변인은 방산업계에 무기 생산 확대를 요청한 파인버그 부장관의 메모가 "실제 존재하는 것"이라며 "의회에 제출될 2028 회계연도 예산안에 반영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WP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 전쟁 첫 한 달 동안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850발 이상 발사했고 패트리엇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미사일도 1000발 이상 사용했다. 전쟁 초기 몇 주 동안 육군 전술탄도미사일도 1300발 넘게 소진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주 기준 전 세계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가 전쟁 전 2200발에서 827발 미만으로 줄었고, 사드 미사일도 452발에서 278발 미만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미국의 무기 재고가 ‘우려스러운 수준’까지 고갈됐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 전쟁에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만 1500발 이상 사용됐으며 소진된 재고를 다시 채우는 데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고 부족은 이미 중동 이외 지역의 미군 전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NYT는 중국과의 충돌 때 핵심 전력으로 활용될 토마호크 등 장거리 무기 상당량이 중동으로 이동했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배치됐던 첨단 방공미사일 수백발도 중동으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정찰 자산과 방공 전력이 중동에 집중되면서 주한미군의 대북 대응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아시아의 일부 미 당국자들은 미국의 재래식 억제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한국과 일본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유럽에서도 무기 부족의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5일 서방 동맹으로부터 공급받는 방공미사일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미국이 자국과 중동 방어에 필요한 미사일을 우선 확보하면서 우크라이나 등에 공급되는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무기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전략적 기회로 판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톰 카라고 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국장은 무기 재고 고갈을 "재래식 억제 수단의 세대적 파멸"이라고 표현하며 "이 상황이 중국과 러시아의 계산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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