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란전 출구 막힌 트럼프…공습 대신 다시 '돈줄 죄기'

  • 핵합의 없이 종전 모색했지만 이란, 철군·제재 해제·배상 요구

  • 무기 재고·유가 부담에 대규모 공습 대신 경제 압박 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이란 전쟁을 끝낼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경제 압박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계기로 전쟁을 끝내려던 구상이 이란의 강경한 요구에 막히자, 대규모 공습보다는 제재와 해상 봉쇄로 이란 자금줄을 조이는 쪽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공습 대신 경제 압박…트럼프 “이란 돈 없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수위를 낮춰 대응하고 있다(We are low keying it)”며 “그들과 제한적으로 협상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막대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시달리고 돈이 없는 이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이란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해상 봉쇄가 이란 경제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새로운 군사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공습보다 경제적 압박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은 추가 군사 행동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핵합의 없이도 종전 모색…호르무즈마저 다시 난항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압박을 다시 강조한 것은 전쟁을 끝낼 돌파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란 핵무기 개발 저지를 핵심 목표로 내세웠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최근에는 우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되면 이란과 핵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전쟁을 끝내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핵 문제에 대한 최종 합의를 기다리지 않고 호르무즈 재개방을 계기로 장기화한 전쟁에서 빠져나가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이다.
 
그러나 타결이 가까워 보였던 호르무즈 문제도 다시 꼬였다.
 
이란은 오만과 해협을 오가는 선박의 새로운 항로를 정하는 협상이 최종 단계라고 밝혔다. 하지만 새 항로에 합의하는 것과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다시 여는 것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이란은 완전한 재개방 조건으로 미국에 전쟁 종식과 해상 봉쇄 해제, 이란 주변 미군 철수, 대이란 제재 해제, 동결자산 반환, 전쟁 피해 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조건들이다.
 
WSJ는 “이란의 강경한 요구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더욱 좁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레고리 브루 유라시아그룹 이란 전문가는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에서 빠져나가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기를 원한다고 판단해 협상에서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때리자니 무기·유가·민심 부담
 
그렇다고 다시 대규모 공습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장기간 이어진 대이란 군사작전으로 미군 정밀타격무기와 방공 요격미사일 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격이 확대되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높아져 국제유가가 뛸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유가가 배럴당 75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미국 소비자들이 전쟁으로 인한 부담을 덜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호르무즈 재개방 협상이 다시 불투명해지면서 국제유가는 반등했다. 10일 아시아 시장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84달러를 웃돌았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악화하는 여론도 부담이다. 최근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이란 전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전쟁·해외분쟁·테러 문제를 더 잘 다룰 정당을 묻는 조사에서도 공화당이 그동안 누려온 우위가 사실상 사라졌다.
 
공습 대신 ‘돈줄 죄기’…경제 압박에 다시 무게
 
이처럼 군사적·외교적 선택지가 모두 여의치 않자 트럼프 행정부는 결국 제재와 해상 봉쇄를 통한 경제 압박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신규 제재가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이란 원유 수출과 외화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협상에서 양보를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최대 압박’ 정책을 통해 이란 원유 거래와 금융·해운망, 무기 조달망을 겨냥한 제재를 확대해왔다.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 내에서 제재와 봉쇄가 효과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으로 이란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인플레이션과 자금난을 거듭 강조한 것도 경제 압박을 계속하면 결국 이란이 양보할 것이라는 판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현재 상황을 ‘체스 게임’에 빗대면서 “결국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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