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부터 응급의료까지…수십만 순례자를 움직이는 시스템

  • [2027 서울 WYD D-1년] 또 다른 행사 운영 체계 필요

  • 조직위, 10월 등록시스템 마련…11종 패키지 중 선택

  • 전용 앱·선불카드 도입…콜센터·의료지휘본부도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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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관계자들이 지난 7월 3일 방한 첫 일정으로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한 서울대교구 주교단과 만나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등록·교통·숙박·안전·의료 등 주요 준비 상황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
 
순례자 수십만 명이 같은 시기에 서울에 머물며 이동하고 식사하고 행사에 참여하려면 도시 안에 또 하나의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관중이 입장권 한 장을 들고 정해진 경기장을 찾는 행사와는 다르다.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 참가자는 여러 날 머물며 본당과 숙소, 전례와 문화행사, 밤샘기도와 폐막미사를 오간다. 등록 정보가 숙박·식사·교통·보험·현장 출입으로 끊김 없이 이어져야 한다.
 
첫 관문은 11종 순례자 패키지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는 2026년 10월 공식 등록 시스템을 열 예정이다. 참가자는 체류 일정과 프로그램에 따라 공식 순례자 패키지 11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전체 주간에 참여하는 A형, 주말 중심인 B형, 밤샘기도와 폐막미사에 참여하는 C형 등이 있으며 숙박·식사·교통·보험·순례 키트가 구성에 따라 포함된다. 제시된 기부금은 80달러부터 310달러까지다.
 
등록은 단순한 참가 신청이 아니다. 어느 날 어느 국가에서 몇 명이 도착하고, 어디에 머물며, 어떤 식사가 필요하고, 어떤 행사로 이동할지를 예측하는 기초 자료다. 숙소와 식사 수량, 교통편, 언어별 안내 인력, 의료 지원 규모가 등록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등록 단계에서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현장 시스템과 연결되지 않으면 작은 오류가 대규모 혼선으로 번질 수 있다.
 
개인정보가 곧 운영정보가 될 때
등록 과정에서는 이름과 국적, 연락처뿐 아니라 여권과 입국 일정, 알레르기, 장애 지원, 미성년자 여부, 긴급연락처 등 민감한 정보가 수집될 수 있다. 조직위 홈페이지의 개인정보처리방침은 대회 참가 신청·등록 정보를 대회 종료 뒤 1년간 보관한 후 파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등록 시스템에서는 수집 항목별 목적과 접근 권한, 국외 이전 여부를 더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편의를 위해 많은 정보를 모을수록 유출됐을 때 피해도 커진다. 조직위와 외부 사업자, 본당, 숙박 제공 가정이 각각 어떤 정보까지 볼 수 있는지 최소화해야 한다. 현장 명찰이나 QR코드에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하고, 참가자가 본인 정보를 수정·삭제하거나 사고를 신고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앱과 선불카드, 편의와 배제 사이
조직위는 순례자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교통·소비 기능을 결합한 선불카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일정과 장소 안내, 긴급공지, 대중교통 이용, 결제를 하나로 묶으면 낯선 도시에 온 참가자의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운영진도 시간대별 수요와 이동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스마트폰이 없거나 배터리가 방전된 사람, 한국 통신망에 접속하기 어려운 참가자, 디지털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앱 장애와 카드 분실, 결제 오류, 사이버 공격이 발생했을 때 종이 안내서와 현장 창구, 현금·대체 승차 수단이 작동해야 한다. 장애인의 화면 읽기와 큰 글씨, 다국어 지원도 개통 전에 검증해야 한다. 기술은 운영을 돕는 수단이지 참가 자격의 새로운 문턱이 돼서는 안 된다.
 
안전·의료를 한곳에서 지휘한다
조직위는 위기관리센터를 신설해 안전과 의료를 원스톱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대회 기간에는 다국어 콜센터를 운영해 순례자와 관계자의 문의, 분실과 긴급 상황에 대응한다. 경찰·소방·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과 현장 정보를 공유하고, 사고 유형에 따라 담당 기관으로 신속히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의료 지원은 가톨릭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통합의료지휘본부가 응급처치소와 현장진료소, 집중치료 체계를 연결하고 응급환자를 상태에 따라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구조다. 현장에는 의사와 간호사만이 아니라 응급구조, 약품과 의료 장비, 통역, 환자 기록, 병상 정보, 구급차 동선이 함께 준비돼야 한다. 기존 시민의 응급의료 이용에 지장을 최소화하는 병원 분산 계획도 중요하다.
 
8월 서울의 가장 현실적인 위험
대회가 열리는 8월 초 서울은 폭염과 열대야, 집중호우 가능성이 크다. 장시간 야외에 머무는 순례자에게 온열질환과 탈수는 가장 현실적인 위험이다. 밤샘기도를 마친 대규모 인원이 동시에 이동하면 지하철역과 도로, 행사장 출입구 밀집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
 
안전 계획은 사고 이후 구조보다 사고 전 분산에 초점을 둬야 한다. 행사장별 수용 한계와 입·퇴장 동선, 실시간 밀집도, 그늘과 식수, 휴식 공간, 폭염·호우 시 일정 변경 기준, 대피 안내를 공개해야 한다. 교황 경호가 일반 참가자의 대피와 의료 동선을 가로막지 않도록 경호·행사·재난 대응 계획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시민의 이동권과 함께 설계해야
순례자 이동이 원활하다고 교통 대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출퇴근 시민과 학생, 고령자와 장애인, 응급차량이 기존 노선을 이용한다. 대규모 도로 통제나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가 필요하다면 시행 시점과 우회 수단을 충분히 알리고, 생활권별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 행사 참가자 전용 이동 계획이 시민 일상을 밀어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항과 철도역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첫날, 폐막미사 뒤 한꺼번에 출국하는 마지막 날 수요가 특히 크다. 수하물을 든 참가자와 일반 승객이 겹치는 시간대를 예측하고, 임시 안내소와 셔틀, 분산 출발 시간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서울과 인천·경기 지자체의 협력이 필요한 지점이다.
 
서울시가 핵심 파트너일 수밖에 없는 이유
교통과 도로 통제, 공공시설, 군중 안전, 소방과 보건은 지방 정부의 책임과 맞닿아 있다. 조직위가 교회 프로그램을 설계하더라도 서울시와 관계 기관 없이는 실제 운영이 어렵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대회를 사실상 '주관한다'고 표현하는 것도 책임 구조를 흐릴 수 있다. 조직위와 서울시, 정부, 경찰·소방·의료기관이 각자 권한과 책임을 문서화하고 공동훈련으로 연결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등록 시스템과 앱, 카드, 콜센터, 의료지휘본부는 각각 작동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한 시스템의 장애가 다른 영역으로 번지지 않도록 대체 절차를 마련하고, 실제 참가 흐름을 가정한 반복 훈련을 해야 한다. 서울 WYD의 완성도는 눈에 보이는 무대보다 이 '보이지 않는 도시'가 얼마나 조용하고 정확하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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