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1조원이 넘는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계약을 따냈다. 삼성전기가 체결한 MLCC 장기공급계약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반도체뿐 아니라 고성능 전자부품의 장기 물량 선점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삼성전기는 1일 글로벌 대형기업과 1조722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이다. 지난해 삼성전기 연결 매출 11조3145억원의 약 9.5%에 해당하는 물량을 한 고객과 1년 계약으로 확보한 셈이다.
계약 상대는 비밀유지 조건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기의 앞선 AI 서버용 MLCC 공급선은 북미 빅테크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지난 6월 4540억원 규모 계약 당시 시장에서는 미국 주요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 가운데 한 곳으로 추정했으며,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및 메타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삼성전기의 주요 AI 관련 고객으로는 엔비디아와 AMD 및 아마존과 마벨 등이 알려져 있다. 다만 이들 가운데 한 곳이 이번 계약 상대라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계약은 앞선 수주와 비교해도 규모가 크게 뛰었다. 삼성전기는 지난 5월 1조5570억원 규모 실리콘 커패시터 계약을 시작으로 6월 4540억원과 7월 2951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이번 계약까지 더하면 공개된 AI 관련 커패시터 장기공급계약은 3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7월 계약을 분석한 증권가에서는 계약 상대를 글로벌 서버 조립업체로 보고 최종 고객은 6월 계약과 다른 하이퍼스케일러로 추정했다. 같은 제품의 계약 가격도 한 달 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파악돼 공급 부족 속에서 삼성전기의 가격 협상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기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도 최상위 하이퍼스케일러와 주요 반도체 업체 등 10여개 고객사와 MLCC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추가 계약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단기 주문 비중이 높은 MLCC가 장기계약으로 전환되는 것은 AI 서버용 고사양 제품을 미리 확보하려는 고객사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AI 서버는 일반 서버보다 MLCC 탑재량이 10배 이상 많다. 특히 초고용량·고온 제품은 삼성전기를 포함한 소수 업체만 공급할 수 있다. 삼성전기의 컴포넌트 사업 가동률도 2025년 93%까지 올라왔다.
삼성전기는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생산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월 부산 사업장을 AI 서버용 고부가 MLCC와 고성능 패키지기판의 핵심 생산·연구개발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2040년까지 약 1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1조원대 계약은 이 같은 AI 중심 사업 전환이 2027년 실제 매출 물량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삼성전기의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을 글로벌 고객사가 인정한 결과"라며 "AI서버용 고신뢰성 MLCC 공급을 확대해 AI시장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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